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산공단 ‘툭하면’ 화학사고 주민불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산공단 ‘툭하면’ 화학사고 주민불안

입력
2019.05.23 14:50
0 0

한달 새 5건 화재, 가스누출 등 사고 잇달아

지난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공장 내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치솟고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공장 내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치솟고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에서 유증기 분출사고 등 공단 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하루가 멀다 하며 번갈아 가며 화재 등 가스누출사고 등을 일으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20분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KPX그린케미칼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산시와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등에 따르면 기능성 화학제품 제조 기업인 이 공장에서 화학제품 기초원료를 만드는 작업 중 암모니아 10g가량이 유출됐다.

소방본부 화학구조대와 중앙119구조본부 차량 9대와 인력이 출동해 현장을 수습했다. 서산시도 오전 11시 5분께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 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21일 낮 12시 48분쯤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독곶1로 네거리 인근 도로에 정체 모를 액체가 쏟아졌다. 서산시와 소방당국은 현장 조사에 나서 25톤 트럭이 대산공단 내 롯데케미칼에 있던 고철을 싣고 경기도 화성으로 달리다 액체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13분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 현대오일뱅크 내 현대케미칼 등유와 경유 분리탑에 불이 나 부직포 일부를 불태우고 20여분 만에 진화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45분께 한화토탈 대산공장 내 스틸렌모노머를 합성하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던 탱크에서 이상 반응으로 열이 발생하면서 유증기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공장인근 주민 500여명이 두통과 메스꺼움, 눈 따가움을 호소하며 병원진료를 받았다.

4월 18일 오전 8시 29분께 충남 서산시 지곡면 한 도로를 달리던 25톤 탱크로리에서 액체상태의 페놀 100여ℓ가 도로 위에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달 새 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났지만 사고 이후 대응 시스템의 늑장운영으로 주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과 지난해 롯데케미칼 벤젠 유출 사고의 경우 언론보도를 접하고서야 겨우 사고 사실을 알았다.

한화토탈의 유증기 유출 사고는 늑장신고로 주민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119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한화토탈 측에 사고여부를 확인했으나 “자체 처리 중이니 출동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설명을 듣고 출동하지 않았다. 이후 사고규모가 커지고 또 다시 신고가 접수되자 뒤늦게 출동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유증기를 들이마시고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독곶1리 마을 이장 장석현씨는 “유증기 유출 당시 냄새로 악취는 물론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마을 바로 옆에서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는 공장이 돌아가는데 주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석유화학단지에서 하루가 멀다고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맹정호 서산시장도 "시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고 사실을 알았다"며 “시장으로서 한화토탈에 유감이며 앞으로 사고 발생 사실을 시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23일 서산 대산공단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도는 다음 달 7일까지 서해안 6개 시 군, 경기도, 환경보전협회, 지역 환경단체 등과 합동 점검반(12명)을 꾸려 한화토탈 등 대산공단 사업장 73곳을 긴급 점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국의 강력한 안전지도 계획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충남도와 서산시, 환경당국, 공단 입주업체는 시민안전확보 대책마련을 내놓았지만 공염불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죽리 마을이장 김기의씨는 "우리는 석유화학기업이 입주하기 훨씬 전부터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 살았는데, 기업이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며 "잊을만하면 터지는 화학 사고로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도 21일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증설 계획 철회와 재가동 중단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성명에서 “한화는 계열 공장들의 안전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증설계획을 철회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