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교향곡 7번은 ‘레닌그라드’로 불린다. 1940년대 러시아와 독일의 전쟁 중 발표한 이 곡은 그의 조국애와 스탈린에 대한 충성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 사후 발간된 책 ‘증언’에서 그는 “스탈린은 히틀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한다. 이 교향곡을 구상한 건 전쟁 전이었고, 스탈린의 공포 정치로 인해 파괴된 도시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을 통해 시대를 고민했던 지식인이었다. ‘증언’은 그의 제자인 솔로몬 볼코프가 쇼스타코비치의 괴팍함과 끈질기게 씨름해 가며 긴 시간에 걸쳐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당대 러시아의 풍부한 예술 풍경과 격랑에 휩싸였던 정치 사회적 혼란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내 교향곡은 대부분이 묘비다.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품 하나씩을 바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들 모두에게 내 음악을 바친다.” 쇼스타코비치의 말이다.
증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솔로몬 볼코프 엮음ㆍ김병화 옮김
온다프레스 발행ㆍ656쪽ㆍ2만5,000원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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