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의 애플’이라 불리는 ‘쥴(JUUL)’이 상륙한다.
쥴을 생산하는 쥴 랩스는 22일 서울 성동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4일 한국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쥴은 기기에 액상형 니코틴이 든 팟(POD)을 끼워 사용하는 폐쇄형시스템(CSV) 전자담배다. 담뱃잎을 직접 찌는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냄새가 거의 없고 담배 연기 대신 수증기만 나와 깔끔하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쥴의 출시가 아이코스(필립모리스)나 릴(KT&G) 등 궐련형 제품이 주도하는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쥴링화’ 신조어까지 등장
쥴 랩스는 일반 담배 흡연자였던 제임스 몬시스와 아담 보웬이 일반 담배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해결을 위해 설립했다. 2000년대 중반 스탠퍼드 대학교 디자인 스쿨 재학 중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시행착오 끝에 2015년 미국 첫 출시 이후 캐나다와 영국, 스페인을 포함한 9개 국가에서 팔리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출시되는 건 한국이 처음이다.
쥴은 일반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연기와 담뱃재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의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쥴 랩스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아담 보웬은 “쥴 개발에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흡연자에게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췄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재 쥴 랩스 코리아 대표이사도 “쥴 랩스의 미션은 전 세계 10억명 성인 흡연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한국 성인에게도 일반 담배의 대안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쥴 랩스는 USB를 닮은 세련된 외관을 앞세워 미국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제임스 몬시스는 “제품을 정사각형으로 차별점을 두고 기술적인 부분을 구현했다”며 “수 천명의 임직원이 몇 십개 특허와 디자인을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는 이에 끌린 청소년들이 쥴을 통해 전자담배에 손을 대는 바람에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고등학생 전자담배 흡연은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쥴 출시를 앞두고 청소년 흡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쥴 랩스는 제품 판매 시 담배사업법ㆍ청소년보호법과 기타 법령에 명시된 연령 제한을 전적으로 준수하겠다며 광고 역시 성인 흡연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재 대표이사는 “어떠한 소셜 마케팅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관련 법규를 전적으로 준수할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는 성인 인증을 마친 후에야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쥴의 돌풍? 찻잔 속 태풍?
쥴이 한국 전자담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쥴의 니코틴 함량은 1.7% 3%, 5% 등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량과 같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출시된 쥴은 니코틴 함량이 높아 일반 담배의 맛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1% 미만인 국내에서도 과연 소비자들에게 비슷한 충족감을 줄 수 있을지 관건”이라며 “출시 후 소비자들의 판단을 봐야 업계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KT&G는 쥴에 맞설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미 준비해놓고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아이코스 발매 당시 한 발 늦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었던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초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쥴은 24일부터 편의점에서 USB 충전 도크와 함께 3만9,000원에 판매된다. 슬레이트와 실버 등 두 가지 색상이고 팟은 5가지 종류다. 줄 랩스 코리아는 추후 면세점 등으로 판매처를 늘릴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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