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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中첨단기술 옥죄기, 시진핑은 美농산물 수입 제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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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中첨단기술 옥죄기, 시진핑은 美농산물 수입 제한 만지작

입력
2019.05.22 19:13
수정
2019.05.22 21: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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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안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 양국 활용 카드 뭐가 있나 

21일 중국 베이징시 상점가에서 화웨이 간판 앞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미국은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21일 중국 베이징시 상점가에서 화웨이 간판 앞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미국은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협상이 11차례나 진행됐지만 갈등의 수위는 되려 높아지고 있다. 내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종 합의를 점쳤던 목소리는 잦아든 반면 무역전쟁 장기화를 점치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은 ‘관세전쟁’에 이어 중국의 첨단기술 옥죄기에 나섰고,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가도를 직접 겨냥할 태세다. 다만 양측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데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정치적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첨단기술로 대중 공세 초점 이동 

미국은 최근 들어 대중 공세의 초점을 관세에서 첨단기술로 옮기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폭탄’을 퍼부은 데 이어 중국의 첨단기술 선도업체들을 본격적으로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5일 미 상무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건 상징적이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한 이번 조치에 대해 신성원 전 외교안보연구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폐쇄회로(CC)TV 분야에서 글로벌 최강자 중 하나인 중국의 하이크비전을 제재 대상으로 검토하는 건 한걸음 더 나아간 대중 압박이다. CCTV에 인공지능(AI) 기술과 신체ㆍ언어 판별 및 안면인식 기술, 유전자 검사 기술 등이 보태진 ‘빅브라더 산업’을 견제한다는 점에서다. 최첨단 기술에 대한 견제와 동시에 중국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신장위구르ㆍ티베트 등지의 인권탄압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의미가 큰 것이다. 이는 중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향후 비슷한 조치를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3,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살아있는 카드다.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때문에 미국에겐 아직 추가 관세폭탄이 남아 있지만 중국에겐 맞대응 수단이 별로 없는 상태다.

중국의 미국국채 보유 규모. 그래픽= 송정근 기자
중국의 미국국채 보유 규모. 그래픽= 송정근 기자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일부 중국 기업들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적용하거나 남중국해ㆍ대만 문제를 고리로 외교ㆍ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기술전쟁’ 단계를 넘어 금융시장 개방 강제화도 거론하지만 이 경우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높이 않아 보인다.

 ◇중국, 트럼프 재선 겨냥… 비관세장벽 만지작 

중국의 반격은 전체적으로 내년 미국 대선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공산이 크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비롯한 대중 압박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반격카드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관세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제한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이를 푼 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무기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이 최근 협상이 결렬된 직후 미국산 돼지고기 구매를 취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는 200억달러 안팎으로 크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의 민심을 흔들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도 중국이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반격수단이다. 인ㆍ허가나 통관 관련 절차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미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이자 최고 권위지인 인민일보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나 관세 부과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10일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 직후 나이키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유감 성명을 발표한 건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반도체만 해도 중국의 수입물량 중 미국산이 절반 이상이어서 미국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관세폭탄이 오갈 때마다 매번 애플과 퀄컴 등의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대선의 핵심쟁점이 경제임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상당한 압박일 수 있다.

최첨단 제품의 주원료인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22일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20일 장시(江西)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을 시찰한 자리에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의 남방시찰 도중 “중동에는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발언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국채 매각 등은 대미 압박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채의 대량 매각은 중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내달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회동이 있더라도 무역전쟁이 종결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많다. 그렇다고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G20 회의까지 돌파구를 찾기는 힘들겠지만 금융전쟁으로 확대되거나 물리적 충돌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양측 모두 사실상 미국의 내년 대선 일정을 감안한 정치적 힘겨루기를 벌이는 측면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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