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호프미팅서 물꼬 텄지만 민주당 의총선 강경 기류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 밝혀라” 한국당은 거듭 사과 요구만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 협상을 해온 여야가 22일 다시 교착 국면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협상과 관련해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간극을 좁히기는커녕 내부 의견수렴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여야 협상은 오히려 후퇴한 상황이다.
이날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 의원총회 결과에 집중됐다. 의총에서 모아질 대야 메시지가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앞서 지난 20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호프 미팅’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의 첫 단계로 민주당의 국회 경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이인영 원내대표가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국회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이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공개 의총에서 의원들은 유감 표명과 고소 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발언을 한 의원은 8명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국회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원칙없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유감 표명을 먼저 하고 그것을 전제조건으로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반대 입장이었다”면서 “한국당의 사과가 없으면 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고소 철회도 없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강경 분위기가 형성된 건 맞지만 야당과의 대화 채널을 완전히 닫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향후 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권은 원내지도부에 맡기겠다며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 역시 많았다”고 전했다.
강경 대응으로 당내 중지가 모아짐에 따라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를 수용해 야당과의 협상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할 ‘명분’에 해당하는 ‘유감 표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협상엔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민주당 의총 결론에 따라 이르면 24일 5월 국회가 소집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현재로선 추가협상 일정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대표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해서 원내수석부대표들이 합의를 시도했지만 한국당이 제시한 합의문을 보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사과 언급이 들어가면 협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강행에 대한 사과 표명,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종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이날도 여야4당이 추진한 선거제 패스트트랙의 원천 무효를 전제로한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패스트트랙은 불법 무효가 자명하다. 절차와 내용과 방향이 모두 틀렸다”면서 “이제 대충 국회만 열면 된다고 유야무야할 생각 말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원천 무효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날 민주당 의총 결과에 대해서는 별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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