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의 아파트에서 숨진 일가족은 월 200만원에 달하는 금융 이자에 허덕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월 수입보다 많은 이자에 짓눌려 살아온 것이다. 이 가정은 사건 직전까지 파산 신청 절차를 알아보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 보려 했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A(50)씨는 평소 억대의 채무로 고민해왔다. A씨는 7년 전부터 인근 포천에서 목공예점을 운영했으나 운영난이 겹쳐 최근 점포 문을 닫았다. 이후 1년 가까이 사업 재기에 실패한 채 일용직으로 생활하면서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썼다. 부채는 점점 늘어 2억원 가까이 됐다. 사건 직전에는 매달 20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남편을 대신해 아내 B씨(46)가 직장에 나가 생계를 꾸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내가 일하며 버는 월 150만원으로는 이자 대기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A씨는 차량을 이용해 아내의 출퇴근을 돕는 등 둘 사이는 돈독했다.
A씨는 집을 처분하거나 파산 신청 방안도 알아봤다. A씨의 지인들은 그가 최근 집을 처분하는 방법에 대해 의논했다고 진술했다. A씨의 휴대전화에선 파산, 회생신청 절차와 필요한 서류에 대해 문의하는 내용의 통신 기록이 나왔다.
앞서 20일 오전 의정부의 한 아파트 8층 집 같은 방 안에서 A씨 등 일가족이 숨져 있는 것을 중학생인 아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A씨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찰은 홀로 남은 중학생 아들을 위해 현재 심리상담과 함께 경제적 지원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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