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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LO 핵심협약 비준ㆍ입법 동시 추진… 노사관계 큰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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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LO 핵심협약 비준ㆍ입법 동시 추진… 노사관계 큰 파장

입력
2019.05.22 18:44
수정
2019.05.22 22: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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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중 3개 비준안 국회 제출… 법안 통과 땐 전교조 등 합법화

노동계는 환영, 재계는 우려 표명… 국회는 논의 진통 예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제87호ㆍ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 비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정기국회에 비준동의를 제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제87호ㆍ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 비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정기국회에 비준동의를 제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한다. 정부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관련 입법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은 핵심협약 8개 중 절반인 4개만 가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나머지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삼고 지난해 7월부터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 미 비준 핵심협약의 내용에 부합하는 주요 노사관계법 개정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노사 이견으로 지난 20일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정부는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혔지만, 해고 노동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협약 하나 하나마다 노사관계에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어 국회에서의 비준동의안 통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중론 펴던 정부, EU 압박에 태도 바뀌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재까지 미가입한 ILO 핵심협약 4개 중 3개 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된 입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약 내용이 국내법과 상충해 관련 입법이 필요한 경우 대통령 재가 만으로는 비준할 수 없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비준을 추진하는 협약은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강제노동 제29호(강제노동 협약) 등이다. 정부는 경사노위에서 10개월여간 노사가 제시했던 의제들과 지난달 발표된 공익위원 최종 합의문을 토대로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관련 입법을 추진한다. 최종 공익위원 합의문에 포함된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소방공무원의 공무원노조 설립 허용 등은 물론이고 경영계가 요구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파업 시 사업장 점거 제한 등의 내용도 검토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등 노사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둬 법외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합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문이 열리고, 현재 노조 가입이 금지된 5급 이상의 공무원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데에는 유럽연합(EU)의 통상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입법안이 도출되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하고 논의가 종료된데다 EU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정부의 가시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 공식적 입장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입장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EU는 2011년 체결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우리 정부의 ILO 비준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FTA 사상 처음으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했고, 다음단계인 전문가패널 회부까지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미 비준 ILO 핵심협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미 비준 ILO 핵심협약-박구원 기자

◇여야 대치로 비준 및 입법 전망 불투명

핵심 협약 비준안과 관련된 법안 모두 노사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기국회에서 모든 공을 넘겨 받게 될 국회 상황은 밝지 않다. 정부 발표 이후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국제사회 압박을 핑계로 무리한 비준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 보완 입법이 선행되는 선입법, 후비준 절차로 진행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잘 안되면 선 비준 하고 입법으로 보완하자는 뉘앙스인데, 이는 일을 오히려 꼬이게 만들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도 입법 전망에 대해 ‘흐림’이라고 신중하게 전망했다. 한 의원은 “(정기국회) 그때까지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하는 데 현재 분위기는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준동의안은 재적의원수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수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정부의 핵심협약 비준 추진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비준 추진은 정부가 최소한의 책무를 한 것으로 (구체적 관련법 개정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노사 등이 토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준과 동시에 추진하는 입법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핵심협약 비준 이후에도 법 개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진 않아도 된다”며 “현재 상황에서도 비준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을, 경영계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이제라도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은 늦었지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준안 통과 시 가장 큰 혜택을 입을 전교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직권취소 조치를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공익위원안은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안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단결권만 확대되는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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