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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무상급식인데… 학교 따라 ‘빈익빈 부익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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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무상급식인데… 학교 따라 ‘빈익빈 부익부’ 왜?

입력
2019.05.23 04:40
수정
2019.05.23 16: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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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ㆍ중학교 급식 비교해보니]

학생수 많은 대도시 학교들 급식 품질도 대체로 좋은 편

농촌 소규모 학교는 급식실 운영비ㆍ인건비 부담 커 품질 열악

농촌 지역 급식(왼쪽 위, 아래)과 대도시권 지역 급식(오른쪽 위, 아래) 비교. 학교 홈페이지
농촌 지역 급식(왼쪽 위, 아래)과 대도시권 지역 급식(오른쪽 위, 아래) 비교. 학교 홈페이지

‘3,455원vs2,591원’

경기지역 A중학교와 B중학교의 학생 1인당 급식단가의 식품비를 비교한 결과 864원이 차이가 났다. 식품비는 급식비 항목 중에 순수 식재료비를 말한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경기 초중학교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 식품비 등의 차이로 급식 질의 차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현장에서 “우리 학교 급식이 최고”라는 흡족한 평가가 있는 반면 “양도 적고 부실하다” 등의 혹평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이들이 먹는 학교 급식마저 부익부 빈익빈의 세태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일보가 최근 한 달 간 경기지역 초ㆍ중학교 홈페이지에 올라 온 급식사진 등을 확인해 비교한 결과 품질 차이가 확연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대체로 학생수가 많은 대도시 학교의 급식 질이 좋은 편이었다.

실제 전교생이 500명인 고양 일산의 한 중학교 급식엔 밥과 국, 고기류를 포함한 4가지 이상 반찬이 제공되고 있는데 한 눈에 봐도 푸짐한 편이었다. 같은 지역 한 초등학교(전교생 605명)의 급식에는 후식과일까지 담겼다. 반면 전교생이 50명에 불과한 농촌지역의 한 중학교 급식 판엔 밥과 국, 3가지 반찬만 담겨있었는데 부실해 보였다. 고기류도 빠져 있었다.

이는 소규모 농촌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식재료 구매나 조리 과정에서 열악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농촌형 소규모 학교의 경우 2~3개 학교가 조리실을 함께 쓰는 공동 조리학교(234곳)와 조리실이 없는 비조리(189곳) 형태로 운영된 곳도 적지 않다. 배달 과정에서 음식이 식어 맛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경기도 2곳의 초등학교 급식을 비교 한 결과 질의 차이가 나타났다. 학교 홈페이지
경기도 2곳의 초등학교 급식을 비교 한 결과 질의 차이가 나타났다. 학교 홈페이지

교육청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비를 급식원(학생수)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형태다. 농촌형 소규모 학교의 열악한 급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 1인당 급식 단가를 높게 책정해 지원해주는 식이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급식단가의 경우 1명당 3,820원(100명 이하 학교)부터 3,040원(1,000명 이상)까지 11구간으로 나눠 차등 지원한다. 학생수 100명 당 100원 정도를 덜 주는 식이다. 평균 지원액은 3,158원. 중학교도 1인당 4,930원(100명 이하)부터 4,180원(1000명 이상)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이 정도의 차등 지원으로는 급식 평준화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도시나 대규모 학교의 경우 식재료를 상대적으로 싼 값에 구입하기 쉬운 환경이고, 대량구매를 통해 단가를 더욱 줄일 수 있는 반면, 주로 농촌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는 급식비 차등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식재료 구입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식품비의 학교별 편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비는 급식 단가에서 급식실 관리 운영비와 영양사와 조리원 등의 인건비를 뺀 순수 식재료 비용을 말한다. 보통 급식단가의 60~80%를 차지하는데, 최대 20%의 차이가 나는 구조다. 이는 학교마다 통합, 소규모 등 급식실 운영 형태가 다르고, 조리 종사자 인원도 천차만별인데, 이를 급식단가에 다 포함시킨 뒤 나머지 금액으로 식재료를 사다 보니 식품비 편차가 생기는 것이다. 차등 지원되는 급식단가까지 고려하면 식품비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학생수 50명인 학교나 500명인 학교나 관리 운영비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결국 전체 급식비에서 관리비를 빼고 나면 학생수가 적은 학교의 급식단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기지역 두 곳의 중학교 급식 사진 모습. 한눈에 봐도 질의 차이가 확연해 보인다. 학교 홈페이지
경기지역 두 곳의 중학교 급식 사진 모습. 한눈에 봐도 질의 차이가 확연해 보인다. 학교 홈페이지

급식 질 차이는 학교의 성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조리 종사자들이 반찬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냉동식품 위주의 식단을 제공해 거부감을 사기도 한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급식단가에 인건비를 포함시키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선 학교 급식에 적용되는 식품비 등의 표준이나 기준이 명확하게 없다 보니 영양사 및 조리사의 역량에 따라 급식의 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무상급식 비용의 경우 식재료만 사용하도록, ‘식재료로 얼마를 써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조리원의 인건비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질의 차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급식운영에 수요자인 학생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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