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 발표… 허가ㆍ심사 인력 3년내 2배 늘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국민 100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한 곳에 모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가 2029년까지 만들어진다. 기업과 연구자는 도서관처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 안전한 공간에서 희망자들이 제공한 유전체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희귀난치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대규모 암 환자집단의 사례를 분석해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고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는 생명공학과 의ㆍ약학을 바탕으로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선포식에 참석해 “2030년까지 제약ㆍ의료기기 세계 시장 점유율을 6%, 500억달러 수출,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정부는 중견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산업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기술 개발부터 인허가, 생산, 시장 출시까지 성장 전(全)주기에 걸쳐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우리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산업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혁신전략은 △기술개발 △인허가 △생산 △시장출시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헬스 산업의 모든 과정에 대한 지원정책이 담겨 있다. 정부는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현행 연간 2조6,000억원 수준에서 2025년까지 연간 4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전략의 핵심인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을 위한 ‘고속도로 건설’로 비유할 수 있다. 정부가 민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대규모 유전체 자원 확보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희귀난치병환자 40만명과 환자 가족 포함 건강인 60만명을 비롯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까지 유전체와 건강정보를 수집해 연구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의료 빅데이터를 가명 처리한 후, 민간에 개방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가명 처리한 정보를 본인 동의가 없이도 과학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바이오헬스 산업혁신전략 주요내용 - 송정근 기자

이와 함께 ‘데이터 중심병원’을 지정, 병원별로 축적된 대규모 임상진료 데이터를 질환 연구와 신약개발에 사용한다. 국내 주요 병원들이 보유한 진료 빅데이터는 핀란드 국가 전체 인구규모인 556만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안전하게 이용할 운영시스템과 전산시설이 없다. 정부는 국내 병원들이 전산환경 구축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인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를 완화, 연구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것도 이번 전략의 중요한 목표다. 구체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ㆍ심사 전담인력을 늘려 의약품과 의료기기 인ㆍ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의약품과 함께 개발된 동반진단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ㆍ심사의 동시 진행을 추진한다. 이밖에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관련 제도가 정비되기 전이라도 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유효성을 제한적으로라도 실증할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산업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의 비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산업성장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미국 임상실험 3상 과정에서 뒤늦게 주요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인허가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인허가 기간 단축의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성과에 대해선 장밋빛으로 전망한 반면, 안전인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예산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식약처의 허가ㆍ심사 인력은 현재 350여명이다. 식약처는 허가ㆍ심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3년간 현재 2배 수준인 700명까지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력확보 방안과 예산을 제시하지 않았다. 보건시민단체들은 이에 우려를 표명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허가 제도에서 예외적 사항을 많이 늘려나가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라면서 “인보사처럼 효과가 적은 데도 허가를 내주는 등 식약처의 친기업적 관행 자체를 개선할 방법을 찾는게 먼저”라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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