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버지의 시신을 수개월 동안 집안 화장실에 방치한 20대가 긴급 체포됐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존속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A(26)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7시 5분께 “집에 사람이 죽어있다. 아버지가 누워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수원시 권선구 A씨 자택 화장실에서 A씨의 아버지 B(53)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B씨의 시신은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갈비뼈가 부러졌고 많이 부패해 미라화가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A씨를 추궁한 끝에 “지난해 12월 중순 술을 마시다 아버지와 말다툼이 벌어졌고, 아버지의 얼굴을 2~3회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A씨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때려 피를 흘린 아버지가 피를 닦으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의식 없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인공호흡을 해 봤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공호흡을 할 정도로 아버지를 살리려 했다면 곧바로 119나 112에 신고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집에 있는 화장실 2개 중 아버지 시신이 없는 곳을 써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엽기적인 행각은 건물 관리인과 A씨의 작은아버지에 의해 발각됐다.
건물 관리인이 집 주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A씨 작은아버지에 연락했고 화장실에 숨져 있던 B씨를 발견, A씨에게 신고토록 한 것이다.
A씨 부자는 별다른 직업 없이 작은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단 둘이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집도 작은아버지 명의로 계약돼 있어 건물 관리인이 작은아버지에게 전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A씨의 작은아버지는 경찰에서 “형님이 평소 전화를 해 술 값 좀 달라고 하는데 최근 뜸해져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A씨에게는 별다른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22일 부친의 시신을 부검해 자세한 사망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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