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트레이너인 김용일 코치 “듣기 실력은 100점인 듯”
박찬호, 박지성, 김연아, 박인비 등 월드클래스 스포츠 스타들의 공통점은 유창한 영어 실력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전국구 에이스’로 떠오른 류현진(32ㆍLA 다저스)의 영어 구사력도 궁금해진다. 류현진은 경기 중엔 통역을 대동하고, 경기 후엔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미루어 완벽한 영어 구사력을 갖추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인들에 따르면 미국 생활 7년째인 류현진의 영어 실력은 월등히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해 얘기를 하면 통역을 거치기 전에 이미 고개를 끄덕이는 류현진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인 김용일 코치는 “알아듣는 건 거의 100%인 것 같다”고 전했다. 류현진과 ‘절친’인 봉중근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그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확신했다. 봉 위원은 “(류)현진이가 경기 중엔 조용히 있지만 경기 전에 동료나 상대팀에 친분 있는 선수들과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면서 “나와 전화 통화할 때도 장난 삼아 영어를 섞어 쓰기도 하며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소개했다.
한국인으로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박찬호는 데뷔 초창기 마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멸시당한 이후 치즈와 햄버거만 먹으면서 완전 ‘미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영어 단어와 문장을 매일 한 개씩 외워 다음날 선수들에게 써 먹는 방법으로 영어를 습득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추신수(텍사스)와 손흥민(토트넘)의 능숙한 영어 인터뷰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환경적으로 그들과 조금 달랐다. 수준급의 영어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대부분 ‘조기 유학’ 케이스다. 박찬호는 한양대 2학년 때, 추신수는 부산고 졸업 직후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16세 때 독일로 건너갔고, 김연아나 정현도 어릴 때부터 수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틈틈이 개인 과외를 받아 영어를 익혔다. 반면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7년이나 뛰고 2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신일고 시절 애틀랜타에 입단한 봉 위원은 “나이도 나이지만 메이저리거는 무조건 통역이 붙기 때문에 영어가 단기간에 늘기 쉽지 않다”면서도 “야구에선 의사소통이 특히 중요하다. (류)현진이의 올 시즌 활약의 밑거름 중 하나는 알게 모르게 향상된 영어 실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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