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력 행사 기준’ 11월부터 시행… 흉기로 공격 예상 땐 권총 사용

취객이 위협해도 제압을 주저했던 경찰이 앞으로는 바로 경찰봉을 꺼낼 수 있게 된다. 체포에 저항하는 범인을 상대로는 전자충격기나 가스분사기 등의 사용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경찰이 테이저건이나 삼단봉 같은 진압 장비를 언제 꺼내 들어야 하는지를 규정한 ‘물리력 행사 기준’을 22일 공개했다. 기존의 물리력 행사 기준이 워낙 모호한 탓에 경찰이 사건현장에서 제대로 공무집행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공무 집행 대상자의 행위 정도에 따라 물리력 사용 기준을 5단계로 구분했다. 경찰 지시를 따르며 순응(1단계)할 땐 경찰도 협조적으로 통제하지만 소극적으로 저항(2단계)할 때부터는 경찰이 상대방의 손이나 팔을 잡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찰의 손을 뿌리치며 적극적으로 저항(3단계)하는 순간엔 관절을 꺾거나 넘어뜨릴 수 있으며, 폭력적 공격(4단계)으로 나오는 상대에게는 경찰봉이나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했다. 흉기를 들고 제3자를 위협하는 등 치명적 공격이 예상될 땐(5단계) 권총으로 제압하게 된다.

광주에서 30대 남성이 택시 시비에 휘말려 남성 7명으로부터 심한 집단폭행을 당해 실명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도로 옆 풀숲에서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다만 기준이 모든 상황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가능한 한 덜 위험한 물리력을 우선적으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경찰은 미국이나 캐나다 경찰이 사용하는 기준을 벤치마킹했지만 물리력 행사 수위는 다소 낮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물리력 행사 기준을 들고 나온 것은 현재 경찰관 직무집행법 규정이 워낙 모호해 소극대응이나 과잉대응 논란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물리력 행사 기준으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경찰관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경찰위원회가 마련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은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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