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나선다. 우리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핵심협약 8개 중 절반만 가입했다. 나머지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지난해 7월부터 노사정과 전문가가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내지 못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비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약 내용이 국내법과 상충해 관련 입법이 필요한 경우 대통령 재가 만으로는 비준할 수 없고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우선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제87호(경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강제노동 제29호(강제노동 협약) 등 3개 협약부터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 남은 강제노동 제105호 협약(강제노동 철폐 협약)에 대해 이 장관은 “형벌체계와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검토 필요하다고 보고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정치적 견해 표현에 대한 처벌로 징역형을 부과하는 국가보안법 등이 해당 협약에 위배된다.
정부는 또 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한 법 개정과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 관련 법 개정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달 발표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앞서 20일 논의를 종료했지만 전문가 집단인 공익위원들이 의견을 모아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강제노동 협약(제29호) 관련 이 장관은 “관계부처 협의 결과, 주요 쟁점인 우리나라 보충역 제도가 협약에 전면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최대한 협약 취지를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으로 그간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은 통상압박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EU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약속했던 우리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성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FTA 사상 처음으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했다. 이 장관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3개 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고 이와 관련 EU 측에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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