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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 앞두고 ‘동성애’ 이슈화… 보수층 결집 노리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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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 앞두고 ‘동성애’ 이슈화… 보수층 결집 노리는 한국당

입력
2019.05.22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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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동성애 반대” 이어 대변인 논평 등 혐오정치 본격화 

 “잃을 게 많을 수도…” 진보 정치권은 소극적 대응 일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세종시 한 카페에서 열린 세종맘과의 간담회에서 엄마·아빠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세종시 한 카페에서 열린 세종맘과의 간담회에서 엄마·아빠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동성애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을 피한다는 정치권의 공식이 깨졌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7일 세종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명확한 동성애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동성애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 정치권의 주도 하에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진영논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보수 기독교계와 손잡고 ‘동성애 찬반’ 입장을 사상 검증의 지표로 삼아 지지층을 다지는 데 적극 활용해왔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 기독교계의 반발을 사는 동성애에 대해 찬성이나 옹호 발언을 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는 정치인이 드문 것도 현실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선거에서는 반대 측 표가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던진 ‘동성애 반대 표명’ 승부수는 과연 대선 주자로서 입지에 득이 될까, 아니면 실이 될까.

역대로 대선 주자들은 동성애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2017년 19대 대선 때도 문재인 당시 후보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동성애는 아무도 간섭하거나 개입할 수 없지만, 군대 내에서 이뤄지는 동성애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선 아직은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동성결혼에 대해선 반대했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 정도만 동성애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황 대표의 발언은 드물게 명확한 입장 표명이라는 게 중론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의 평소 신념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도덕성을 강조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들은 동성애에 대해 완고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황 대표가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한 배경에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반해 지지층 결집을 하려는 전략적 시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동성애 반대 입장은 강한 보수정당의 오랜 전통이고 과거부터 당의 구심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동성애를 이용해왔다”면서 “특히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완전한 강경보수로 프레임을 잡은 데다 개인의 정치적 지향성과도 맞물리면서 선거를 1년이나 앞둔 시점부터 강경 발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동성혼 합법화 등 국제적인 대세 속에서 동성애 반대론을 강조하는 것이 정치적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지층 강화에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이미 국제적으론 소수 의견이 된 상황”이라며 “동성애 논쟁이 큰 정치적 대립 대상을 넘어 개인적 호불호 문제가 된 상황에서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동성애 발언이 도드라지는 것은 미국처럼 성소수자에 대해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진보 정치권의 역할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북한 문제와 분배 이슈만 강조할 뿐, 성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깊이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보진영이 굳이 동성애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이면에는 동성애 반대 진영의 표도 받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본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쓸데없이 더 혐오만 일으키거나 이슈가 되면 그분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민석 인권재단 ‘사람’ 사무처장은 “민주당은 동성애 찬반 입장을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혐오가 확산하는 흐름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선거 때마다 수세적인 입장에 처했다”고 꼬집었다.

보수 진영이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과 별개로 공공연히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구분지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혐오발언(hate speech)을 활용한 선거 정치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한국당은 20일 소수자 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당 차원에서 논평을 내고 “과도한 노출과 노골적 행동, 선정적 문구로 논란이 돼온 행사”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특히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참가단을 꾸려 이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며 정치공세를 폈다. 당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것은 당 대표인 황 대표가 적극적인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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