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ㆍ몸통으로 확대 방침 
외국의 한 안경 업체가 사람의 얼굴 치수를 3D 스캐너로 수집해 안경테 모양을 덧대가며 맞춤형 안경을 제작하는 과정의 일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40여년 동안 한국인의 인체 치수를 측정해 왔다. 한국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과 생활공간 설계를 위해 인체 치수와 형상 등을 측정하고, 이를 기업과 연구기관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연령ㆍ성별에 따라 다양한 측정 대상자를 섭외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인체 치수 측정 대상자는 꽉 끼는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1시간 가량 측정에 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들은 건강 문제 때문에 국표원이 인체 치수 측정 때 보험까지 가입해줄 정도다. 측정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5만원 가량의 수수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국표원은 외부 기관에 측정을 맡기기도 하지만, 인체의 직접 측정은 어려운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얻어낸 직접 측정(2D) 데이터도 연 평균 2,000여명의 분량 밖에 안 돼 이를 근거로 객관적인 분석을 하기 쉽지 않다.

40여년 동안 직접측정 방법으로 133항목에서 10만1,937명분의 인체 치수를 축적한 국표원은 2003년부터 보다 정교한 데이터 측정을 위해 삼차원ㆍ입체(3D)측정 방식을 도입한 ‘사이즈 코리아(Size Korea)’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199항목에서 1만3,488명의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그쳤다.

이런 ‘사이즈 코리아’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체정보를 얻기 위해 국표원이 ‘휴먼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한 사람의 인체 치수 전체를 측정해 데이터로 축적하는 대신, 기업과 협력해 특정 부위별 인체 치수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첫 시범사업으로 가발ㆍ안경ㆍ장갑 착용자의 인체 치수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가발은 사람의 머리에 포장막(랩)을 씌우고 스카치 테이프를 동원해 본을 뜨는 방식으로 두상을 측정해 제작한다. 국표원은 대한가발협회와의 협약을 통해 업체에 3D프린터를 제공해 치수 측정을 하게 할 방침이다. 업체는 가발 제작을 보다 정밀하게 할 수 있고, 정부는 두상 치수를 제공받아 빅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안경테도 기존에는 안경사들이 얼굴형에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해 무작위로 착용해보는 방식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국표원은 국내 안경체인점의 점포에 3D 스캐너를 보급해 맞춤형 안경테 제작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때 측정되는 얼굴 치수가 국표원에 빅 데이터로 저장된다. 다만 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삭제된 비식별 정보로 축적된다.

장갑도 눈 짐작이나 직접 착용을 통해 치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표원은 3D 스캐너로 손 모양을 측정해 프로선수 등의 장갑을 제작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고, 손 치수의 빅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표원은 보청기 등으로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몸통으로 측정 부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가 민간기업들로부터 인체 치수를 실시간 전송 받아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각종 맞춤형 제품의 규격이 만들어지고, 주문 생산과 상품 추천 등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각종 추가 제품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숙래 국표원 화학서비스표준과장은 “개인 맞춤형 제품의 생산ㆍ서비스 시스템 개발을 통해 고객관리 정보가 생성되도록 정부가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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