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대전시티즌이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고종수(41) 감독을 경질하고, 권헌규 사무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표면적 경질 이유는 성적 부진이지만 지난해 말 신인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채점표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역 유력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확대된 데 따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단 판단에서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대전은 “최근 홈 4연패 등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고 감독을 경질했다”며 “박철 스카우트가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서 2017년 11월 지휘봉을 잡은 고 감독은 1년 반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구단이 내세운 고 감독 경질 이유는 일단 성적 부진이다. 지난해 K리그2 정규리그 4위에 올라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승격의 희망을 봤던 대전은 지난 18일 전남에 1-2로 패하는 등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무 4패에 그쳤다. K리그2 9위까지 처지며 일찌감치 승격 경쟁에서 크게 밀려난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대전은 최근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채점표 조작 의혹에 연루된 고 감독과 코칭스태프 등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본보 3월 14일자)된 데다, 이 과정에서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특정 선수 두 명을 고 감독 등에게 추천한 혐의(업무방해)로 추가 입건되면서 정치권과 연루 정황까지 드러난 상태다. 현직 시의회 의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데는 경찰이 혐의 입증을 위한 구체적 단서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다.
김 의장 측은 일단 특정 선수 추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전시의회가 구단 예산규모 등을 승인하는 기관인 만큼 그의 선수 추천은 중대한 압력으로 볼 수밖에 없단 게 경찰 판단으로 보인다. 고 감독 경질로 경찰은 K리그 일정 등에 개의치 않고 수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조만간 김 의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최용규 대전 사장은 이날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사장으로 부임한 4월 초만 해도 4월말 또는 5월 초쯤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것으로 보고받았지만 사안이 점차 중대해지고 있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오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단 쇄신안과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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