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펜실베이니아 몬투어스빌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란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레토릭이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이란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 협상의 실마리를 남겨두려다 보니 이란 대응 기조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이란과의 전쟁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조짐은 없다. 하지만 이란이 뭔가를 저지른다면 엄청난 힘(great force)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날 트위터에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고 위협한 데 이어 ‘엄청난 힘’이란 표현으로 다시 군사옵션 카드로 압박한 것이다. 그는 이란에 대해 “그들은 매우 적대적이다. 그들은 진정 최고의 테러 선동자들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조짐은 없다”고 말한 대목은 이란의 위협에 대한 정부 내 인식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미국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가 미군 시설을 공격할 것이란 정보를 토대로 중동 지역에 항모전단과 폭격기를 급파했고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 중 비필수 인력의 철수를 명령했다. 정부 인사들은 최근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피습,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 이라크 바그다드주재 미 대사관 인근 로켓 포탄 공격 등 최근 잇단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적 행동에 대한 조짐이 없다고 설명해 그의 국가 안보팀의 상황 인식과 대조를 이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묻는 질문에는 “그들이 전화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협상할 것"이라면서 "그들에게 달린 문제다. 그들이 준비될 경우에만 (내게) 전화하기를 바란다"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선 "가짜 뉴스가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준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전형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했다"며 협상 준비설을 부인한 바 있다. 미국이 먼저 협상을 타진하지는 않되 이란이 협상할 준비가 되면 응하겠다는 취지지만, 듣기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은 미국의 엇갈린 메시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쳤으며(crazy) 그의 행정부는 혼란에 빠졌다"라며 "그는 우리의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협상을 하자고 한다"며 비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