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뒷짐지고 지켜볼 수 없는 부정적인 실체로 가득하다. 최저빈곤층인 쪽방 주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부자들이 존재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사진은 쪽방들이 가득한 서울 창신동 쪽방촌의 모습.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스케치

슬프게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닮아가고야 마는 우리 시대의 괴물 ‘꼰대’. 지난달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기성세대에게 전달하는 인턴기자들의 방담 ‘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 지면을 만들며 혹시 내 모습이 아닐까 더욱 우려된다.

어떻게 하면 꼰대로 익어가는 시간을 늦출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이미 자랄 만큼 자라버린 이 녀석을 밖으로 밀어낼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까운 희망 사항을 만지작거리다 수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회복탄력성’을 쓴 김주환 연세대 교수의 강의에서 한 토막 힌트를 얻었다. 긍정적 정서의 효과를 대중에 알려온 그의 이야기는 이렇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실제로 좋은 결과를 높은 확률로 이끌어낼 수 있으며, 근거는 인지 및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의 전전두엽이야말로 긍정적인 사고로 활성화한다는 사실이다. ‘항상 기뻐하라(중략)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구절(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절)이 기독교인만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꽤나 실용적인 조언이 되는 셈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사고는 전전두엽이 아니라 대뇌 변연계 편도체의 ‘전원’을 켠다. 편도체는 전전두엽이 행하는 퍼포먼스와는 반대의 결과를 유도한다. 다시 말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수록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게 될 확률이 올라간다는 말이다. 주목할 부분은 여기다. 편도체는 나이가 들수록 활성화되고 이 작용의 결과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아는 꼰대의 모습이다. 되짚어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 편도체보다 전전두엽에 일을 몰아줘 꼰대의 특징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치가 커질수록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이유다. 영국의 심리학자 토니 크랩에 따르면 야구 선수들의 첫 이력서 사진을 분석한 모 연구에서 활짝 웃는 표정의 선수는 전혀 웃지 않은 경우보다 평균 7년을 더 살았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생명의 연장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꼰대 탈출을 하고 싶다는 동기에 의존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더라도(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업계 종사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편도체를 활성화하는 데 뉴스산업만큼 영향을 끼치는 분야도 없다. 신문을 펼쳤을 때 대체로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비쳐주는 부정적 소식일수록 많이 읽히며 그리고 더 많이 읽히도록 편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참 이상한 일이긴 한데, 동전의 훨씬 유쾌한 쪽은 결코 뉴스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알랭 드 보통의 지적이 무릎을 치게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매일 뉴스가 따라가는 지점으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결국 세상의 어두운 골목에 다다르게 된다는 이러한 메커니즘은 사람들이 지닌 ‘공포 본능’을 언론이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편견에 붙들려 세상이 지닌 긍정적인 모습을 배제하게 된다고 역설한 책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쓴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의 얘기이다.

꼰대로 늙어가는 추한 내일을 늦추기 위해서라도 뉴스산업의 ‘공포 및 부정 조장’ 프레임을 벗어나 긍정적인 세상 보기에 힘을 기울이라는 제안은 타당할까. 유감스럽게도 뉴스 생산자 입장에서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여전히 부자가 빈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한국일보 5월 7일자 ‘쪽방촌 뒤엔…큰손 건물주의 빈곤 비즈니스’), 고위층이 은밀한 수단을 동원해 성매매를 자행하는(4월 4일자 ‘브로커 고씨의 성매매 캐스팅’) 등 부정적이고 분노를 유발하는 부조리의 집합체에 가깝다. 이러한 ‘어두운 골목’에 볕들 날이 있겠거니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범사에 감사해도 되는 세상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양홍주 기획취재부장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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