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화물선 압류 조치에 반발해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까지 열며 미국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화물선 압류 문제까지 대두돼 북미 관계가 더욱 꼬여가는 모습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내 브리핑 룸에서 미국의 화물선 압류 조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북한이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이례적으로, 최근 자국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한 미국을 비난하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17일 김성 대사 명의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 앞으로 미국을 규탄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북한은 서한에서 "최근 미국이 미국법에 걸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를 미국령 사모아에 끌고 가는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를 감행한 것은 미국이야말로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내 놓은 것"이라면서 "주권국가가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보편적인 국제법적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엔 사무총장이 긴급조치를 취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 정세 안정에 이바지해야 하며 유엔의 공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유엔의 조치를 촉구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미국의 압류 조치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서한을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회람시켰다고 설명하면서 “제재 회피 가능성과 안보리 결의 이행과 관련한 문제는 안보리 이사국들이 다뤄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된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선박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북한 석탄을 운송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압류된 이 선박을 미국이 인도 받아 몰수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압박 조치로 평가됐다. 북한이 이에 맞서 신뢰훼손을 거론하면서 북미 협상 재개와 연계하면 가뜩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북미 대화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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