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건너간 탈북 여성들의 대부분이 ‘성 노예’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해외 북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현지 인신매매 범죄조직에 의해 성매매 시장으로 보내지거나 강제 결혼ㆍ사이버섹스 업체 근무 등의 비참한 현실에 처해 있으며, 피해자들 중에는 심지어 9세 소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 여성을 성 노예로 거래하는 지하경제 규모는 연간 1억 500만달러(한화 1254억여원)에 달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코리아 퓨처 이니셔티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사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중국에 거주 중이거나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 여성 50여명을 장기간 만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담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현실은 매우 참혹했다. 12~29세가 대부분인 피해자들의 약 60%가 브로커 등을 통해 성매매 시장으로 향하며, 이들 중 절반은 강제 매춘을 하고 있다. 30%가량은 현지 남성과 강제 결혼을 하며, 15% 정도는 온라인상에서 사이버 섹스를 강요받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사이버 섹스 시장을 겨냥한 탈북 여성 인신매매도 최근 들어 확산 중”이라며 “9세 소녀가 ‘온라인 생중계’를 위해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쓴 윤희순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탈북 여성들의 성 노예화와 관련한 규모와 비참함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북한 국경의 통제가 엄격해지면서 탈북의 위험과 비용도 상승했다”며 “일부 브로커들이 잃어버린 수입을 되찾기 위해 여성들을 성매매의 인신매매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북한 여성의 중국행은 “사막으로 탈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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