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일 긴급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주간 양국의 상호 관세 부과와 무역 보복이 격화하면서 국내 증시가 7% 속락하고 환율이 1,200원에 육박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실물 경기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면서 무역 규제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기업에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압박을 높여가자 추가 고위급회담 논의까지 중단된 상태다. 물론 사태 악화는 미중 양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양국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중국 위안화 환율은 7위안에 육박할 정도로 약세다.
문제는 미국 중국보다 우리 경제가 더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지난 1주일 동안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0.69%, 상하이 종합지수는 1.94% 하락했다. 반면 국내 코스피는 같은 기간 2.48%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독일 영국 프랑스 증시가 1.5~2%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가 유독 심각한 몸살을 앓은 셈이다. 원화 가치 하락 역시 가장 급격한 수준이었다. 우리 수출의 1, 2위 상대국이자,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하는 양국 간 갈등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가장 심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우리 경제가 굳건하면 걱정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산ㆍ투자ㆍ소비ㆍ수출 등이 일제히 악화하고, 1분기 10대 그룹 상장사 실적이 40% 이상 격감하는 등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닥친 상황인 게 문제다. 홍 부총리는 일단 금융시장 불안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수출 위축을 막기 위한 무역금융 가동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파장이 우리 경제에 유독 심각한 원인이 국내 경기 부진에도 있는 만큼, 대응책도 무역전쟁을 넘어 경제 전반의 활력 회복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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