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경찰개혁안’ 주요 내용]
국수본, 수사의 독립성 보장 위해 경찰 최고 관서인 경찰청에 설치
수사 지휘 분리 못해 혼선 우려… “외부 견제 방법 없다”는 지적도
정부 여당과 청와대가 추진키로 한 국가수사본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우려되는 경찰의 수사 왜곡이나 정치적 표적수사 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도록 경찰의 지휘체계를 확 갈아치우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라 정권이나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 경찰 지휘체계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각급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가 이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 각급 지방청 및 경찰서의 수장은 인사ㆍ감찰권은 물론 수사 지휘권까지 모두 쥐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대폭 커지면 관할 기관장의 권한도 덩달아 커진다. 이들이 개별 수사에 입김을 행사할 경우 얼마든 수사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국가수사본부 신설은 이처럼 수사경찰에 대한 각급 기관장의 부당한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를 경찰 최고 관서인 경찰청에 설치하는 것 또한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임기 3년에 연임이 불가능한 본부장은 경찰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임기 중엔 국가경찰의 수장으로서 수사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전국 수사부서 소속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경찰청장조차 수사본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본부장을 외부 개방직 인사로 임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수사지휘권은 국가수사본부장을 정점으로 지방청의 2차장 및 2부장, 일선 경찰서의 수사ㆍ형사과장으로 연결된다. 지방청과 경찰서의 각급 기관장은 수사지휘권을 가진 라인에 “수사 때 인권을 잘 지켜라”는 식의 일반적 지휘만 할 수 있다. 수사경찰에 대한 승진, 전보 등 인사권한도 수사부서장에게만 주어진다. 각급 기관장이 인사권한을 이용해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군정과 군령이 분리된 각군 조직과 비슷하게 된다.
국가수사본부 신설 방안을 포함한 경찰법 개정안은 지난 3월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경찰의 지휘체계는 행정경찰 수장인 경찰청장과 수사경찰 수장인 국가수사본부장이 경찰의 두 축을 이루는 구조로 탈바꿈한다. 경찰청 고위 간부는 “국가수사본부 신설 후 국가수사본부장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본부장에게도 직접 지휘하는 수사 부서를 두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방안을 두고 현실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급 기관장의 일반적 지휘와 수사부서장의 수사 지휘(구체적 지휘)를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부서장의 지휘를 놓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수사본부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정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사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감찰권 역시 수사부서장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간부는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개선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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