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정한 재판, 형 집행 정지해달라”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가 19년 만에 재심이 결정된 김신혜(42)씨의 첫 공판이 20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해남지원 1호법정 형사합의 1부(지원장 김재근) 심리로 열린 공판은 앞선 4차례의 준비기일과 달리 공개로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첫 공판에 김씨는 재판정에 들어오며 방청석을 향해“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이어 김씨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 발표를 듣고 난 후 재판장의“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이날 공판은 그 동안 준비기일에서 제기한 검찰의 증거에 대해 김씨측이 동의와 부동의로 진행됐다. 김씨는 수면유도제와 보험계약서, 살해 과정에서 참고했다는 증거로 제시된 영화CD 등 일부에 대해서는 채택 불가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특히 보험계약서에 대해서는 날짜와 서명 등의 사문서 위조 가능성을 직접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제기된 일부 보류된 증거에 대해 다음달 17일 공판에서 최종 마무리하고, 증인신문 등 본격 재판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재판에 앞서 이날 김씨의 가족과 시민단체 등은‘공정한 재판’을 호소했다. 김씨의 이복동생(38)은 이날 공판 휴정 때 해남지원 1호 법정 출입구에서“재판부가 공정한 (사법적)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김신혜 재심청원 시민연합’ 최성동 대표도“재심 재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핵심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방어권 차원의 형집행정지’를 수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대표는“김씨의 고모부가 허위 진술을 강요했고 조사과정에도 경찰의 강압도 있었으므로, 고모부가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김씨가 13차례 의견서를 제출하며 숙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신이 상당히 지쳐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명 김신혜 사건은 2000년 3월 전남 완도의 한 버스승강장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김씨는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을 성 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5년 1월 법원은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고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김씨의 거부에도 영장 없이 현장검증을 한 점 등을 강압수사라 판단하고 재심 개시결정을 내렸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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