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공개한 원본 영상에는 취객이 경찰관을 폭행하고(왼쪽) 이를 제압한 남성 경찰관과 여성 경찰관을 다른 취객이 밀치며(가운데) 이후 여성 경찰관이 무릎으로 쓰러진 취객을 제지하는 장면이 담겼다. 구로경찰서 제공

‘대림동 여경 논란’이 ‘여경 무용론’을 넘어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여경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청와대 국민청원엔 ‘여경 폐지’ 주장이 등장할 정도다. ‘여성 경찰의 대응’보다 ‘뺨 맞는 공권력’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일선 경찰과 전문가들 조언은 무시당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쓸데 없는 논란거리’란 반응이다.

20일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나서서 “(여성 경찰관이) 제 역할을 했으니 공권력 공백을 막아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여경은 경찰이 아니라 경찰 조무사’라는 비아냥이 돌아다니고 있다. 당사자인 여성 경찰관은 이런 논란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경 무용론’의 핵심은 힘이 부족한 여성 경찰관에게 치안 업무를 맡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애초 논란의 시작이었던 ‘대림동 경찰관 폭행 영상’을 보면 여성 경찰관이 취객의 힘에 밀렸고, 주변의 도움을 받고서야 바닥에 엎드린 취객을 제압할 수 있었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술에 취한 사람을 제압하는 건 남성 경찰도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남성, 여성을 떠나 경찰관 혼자서 난동을 부리는 술 취한 사람 하나 제압하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파출소장은 “남성 경찰관들도 ‘2인 1조’로, 한 사람이 제압하면 다른 사람이 수갑을 채우는 방식을 쓴다”며 “건장한 남성 경찰관이라 해도 혼자 다 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사건 등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진술을 들어야 하는 예민한 사건의 경우 여성 경찰관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뛰는 여성경찰들도 제일 아쉬워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파출소 근무 3년째인 한 여경은 “여성 경찰들이 여성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맡는 역할은 주목 받지 못하고 자꾸 ‘여경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여성 경찰관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년차인 다른 순경은 “어떤 사건은 신고 접수 때부터 ’여경이 나와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한다”며 “여성 경찰이 현장에서 하는 역할에도 사회가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공개한 원본 영상 속 취객이 경찰을 폭행하는 장면. 구로경찰서 제공

경찰 대응보다 취객의 행패가 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현건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장은 “대림동 사건 영상을 보면 취객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경찰관의 뺨을 때렸다”며 “공권력에 대한 한 점 망설임 없는 폭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이 사태의 쟁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객 등 상대방을 제압하는 문제는 “여경이냐 남경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테이저건 같은 진압 장비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권력에 대한 과도한 폭력 행사,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의 적절성 문제를 두고 ‘성별’ 문제만 부각시키는 건 결국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월 ’암사동 칼부림’ 사건 때는 남성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있었지만 ‘남경 무용론’이 일어나진 않았다”며 “여성이 관련된 일 하나를 두고 너무나 손쉽게 ‘여성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일상화된 여성 차별 현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대림동 여경 논란 사건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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