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동일인 지정 논란에는 “내년엔 현실에 부합한 결정 노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나갈지 더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이 과거에 놀라운 성공을 이뤘지만 거기에 머문다면 실패의 원인이 될 것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것은 이 부회장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의 자서전 내용을 인용해 “성공은 자만을 낳고 자만은 실패를 낳는다”며 “한국 경제가 60년대 이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놀라운 경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과거의 성공방식에 계속 집착한다면 지금은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추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금융당국이 제재를 결정하고 검찰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여러 자료들, 증거 인멸 작업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원의 공정한 재판이 있을 것이지만 문제는 수사와 재판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이 법률적 위험에 봉착하거나 구조조정을 거쳤던 과정을 지켜보며 얻은 결론 중 하나가 법률적 위험관리에만 매몰돼 있는 경우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자가 지배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정위가 가족 간 상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직권 지정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동일인이라고 해서 그룹의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것은 아니지만 그 괴리를 가능한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며 “내년 이맘때 동일인을 지정할 때는 좀 더 현실에 부합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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