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유럽ㆍ일본만 어부지리… 패권주의 반대 인류의 시급한 일”
대중 선전ㆍ집체 교육 강화 위해 “나와 나의 조국’ 행사 전국서 시행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중국도 총력전으로 맞섰다. 애국심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는가 하면, 나팔수인 관영 매체를 대거 동원해 미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며 적의를 불태웠다.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19일 ‘나와 나의 조국’이라는 주제의 행사를 전국에서 시행한다고 공고했다.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기치로 대중 선전과 집체 교육을 강화해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민심을 하나로 결집시키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연말까지 모든 TV와 라디오에서 매일 아침 중국 국가를 틀며, 각 기관과 단체에는 국기에 대한 의식을 해야 한다. 또 학교에서는 유공자 추모와 독서대회, 국방교육 등 애국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애국주의 활동이 진행된다. 여름방학에도 공산당 찬양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지난 3월 말에도 학교별로 TV에서 방영하는 국가 영웅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뒤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아예 전방위로 확대한 셈이다.
관영 매체들은 앞다퉈 미국을 향한 독설을 쏟아냈다. 환구시보는 20일 “미국 우선주의가 늪에 빠져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으로 굴복시키려 하다가는 스스로 나자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제1의 무역파트너이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난폭하게 다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라며 “강력한 상대를 만나 수세에 몰리는 틈에 유럽과 일본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건 인류의 가장 시급한 일이 됐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중국이 전면에서 미국을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 유럽과 일본은 더 이상 미국의 그늘 뒤에 숨어 편들지 말고 중국과 공조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자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어떠한 위협을 가하더라도 정당한 권익과 민족 존엄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산과 같다”고 엄포를 놓았다. 신화통신도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봤다며 피해자로 주장하는 건 졸렬한 짓”이라고 깎아 내렸다.
한편 홍콩 명보는 미국으로 유학간 중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아빠와 함께 유학을(帶着爸爸去留學)’이 19일 중국에서 첫 선을 보이려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방영 취소 됐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CCTV는 20일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미군에 큰 피해를 입혔던 장진호 전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내보내며 연일 반미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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