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10여년 간 이주여성인권운동에 천착한 이유에 대해 “수십년간 한국 여성운동은 일상의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주여성은 여전히 시부모를 모시거나 남편의 통제하에 있다. 여성운동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여성사회 계층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지난달 19일 여성가족부는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인천여성의 전화, 충북 이주여성인권센터 세 곳을 ‘폭력 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로 선정했다. 상담소는 피해자 모국어로 전문 상담과 통·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법률 정보를 지원한다. 연내에 두 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다누리콜센터, 가정폭력상담소 등에서 폭력 피해 이주여성에게 초기상담 등 서비스를 지원했지만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선정됐을 때 기쁨보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죠.”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10여년간 이주여성 상담소 제도화를 주장해왔는데, 작년 미투 운동 결실의 하나로 제도화가 됐다. 여성운동의 발전 없이 이주여성운동이 발전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여성 운동가로 활동해온 강 공동대표는 2008년부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합류,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이하 대구 센터)를 이끌고 있다.

강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이민정책이 없고 다문화정책의 일환인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대안으로 다문화정책이 펼쳐졌고 국제결혼한 가정 유지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이주여성 인권에 눈감은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관련 국내 공공기관 실태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 정책연구원이 2017년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가 전부다. 그나마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해 취업 이민여성, 유학생 여성 등은 이들 조사에서 배제됐다. 인권위 결혼 이주민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자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그 중 38%가 폭력 위협, 27.9%가 성행위 강요를 겼었다. 피해를 당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40명에 이른다. 강 공동대표는 “상담소 선정으로 정부 지원을 받으면 이주여성 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 배우한 기자

10여년 간 센터가 알려지며 성과를 이룬 부분도 있다. 폭력 피해를 당해도 오갈 데 없는 처지였던 이주여성들이 이곳에 하나 둘 문을 두드리며 상담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고 이들을 보는 가해자, 일반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었다. 강 공동대표는 “10년 전만해도 ‘여권 있으면 도망간다’는 인식에 남편이나 시집식구나 결혼중계업체가 이주여성 여권을 갖고 있었다. 요즘에는 이주여성이 자기 신분증을 들고 상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가해자가 센터를 당당하게 찾아와 항의하거나 사무실 컴퓨터를 부수는 일도 빈번했지만, 최근에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그는 “오죽하면 국제결혼 했겠느냐는 가해자 온정주의는 한국인이 피해자인 가정폭력 성폭력 사건에서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센터가 한 달 상담하는 이주여성 피해자는 250~300명 선.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 상담이 주를 이룬다. “이주여성운동은 인권운동, 여성운동 두 개의 큰 틀이 연대해 가는 운동입니다. 안티 세력을 항상 만났죠. 제가 우려스러운 건 우리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 못한다는 거예요. 인종차별은 백인의 흑인차별 정도로 생각하는데, 세간에서 쓰는 불법체류자라는 말 자체가 미등록 이주민을 범죄인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됐잖아요. 다문화 사회를 보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합니다.” 강 공동대표는 이번 상담소 선정을 계기로 “10년 넘게 이주여성 전문 상담해온 나름의 노하우를 담아” 상담 가이드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대구 센터는 창립부터 베트남, 중국 이주여성을 활동가로 채용해 상담해왔다. “당사자의 직간접 체험에서 오는 (상담의) 힘이 크고, 언어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태국, 네팔 등 기존 활동가와 다른 언어권 이주여성 활동가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면 이주민도 지방 선거 투표권을 가진다. 대구 센터는 여력이 될 때마다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선거교육을 실시한다.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에) 돈이 되고, (정치에) 표가 될 때’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강 공동대표는 “이주민이 우리와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없으면, 이주여성인권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와 동시대 사람이란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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