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에서 출산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20대 산모가 자신의 아이 치료비 전액을 내준 병원을 찾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20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 따르면 페이스 윌슨(26)씨는 지난 1일 새벽 진통을 느끼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과 가까운 시내 병원은 응급진료를 하지 않았다. 윌슨씨는 분만이 임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택시 안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위급상황에서 윌슨씨와 아이는 시민의 신고로 앰뷸런스를 타고 인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갓 태어난 아기는 당시 태변을 먹어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에 옮겨진 아이는 곧바로 전문 치료를 받았고, 이후 회복돼 무사히 엄마 품에 안겼다.
문제는 400만원에 달하는 입원 치료비. 외국국적의 난민 신분인 윌슨씨가 감당하기엔 턱없이 큰 금액이었다. 윌슨씨는 현재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낸 상태다. 당초 윌슨씨의 어려운 사정을 안 의정부 엑소더스 이주민센터가 도움을 주기로 했지만 예상보다 늘어난 병원비 마련이 쉽지 않았다.
별다른 대책이 없던 상황에서 병원이 나섰다. 병원 측은 윌슨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아이의 치료비용(396만원) 전액을 지원했다.
병원의 배려로 큰 부담을 던 윌슨씨는 15일 병원을 찾아 이연경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교수 등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나와 아이에게 이런 기쁨을 안겨준 세상에 감사하다”며 “우리 아이는 병원과 당시 택시 기사 분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의정부성모병원에 있는 의사선생님들처럼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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