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소식에 상승세 타다가… 주요 산유국 감산 합의 완화 소식에 하락
국제유가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 가능성에 따른 원유의 공급 감소 우려와 다음달 종료되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완화 같은 공급 확대 요인이 당장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군사충돌 현실화 등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2%(0.11달러) 하락한 6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등을 피습한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다음날인 14일 WTI 가격은 전날보다 1.2%나 뛴 61.78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후에도 이틀 더 상승세를 타며 16일 배럴당 62.87달러까지 올랐다가 소폭 하락한 것이다.
국제 3대 원유 유종 중 하나인 브렌트유 역시 같은 모습을 보였다. 브렌트유 가격은 14일 전 거래일보다 1.4% 치솟은 배럴당 71.24달러를 기록한 뒤 16일까지 오르다가 17일 0.6%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이 이라크 소재 대사관ㆍ영사관의 일부 인력에 대해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공급이 줄어들 거란 전망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빠르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는 다시 소폭 하락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고, 15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 원유 재고가 약 543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히는 등 공급 확대 요인이 국제유가의 상승 폭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미ㆍ중 무역 분쟁이 점차 악화하면서 세계 원유 수요 자체를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은 유가 상승을 위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산유량을 하루 평균 12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OPEC이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소폭 확대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60달러 선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팀장은 “공급 감소와 확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향후 국제유가는 개별 사안에 영향을 받으며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프랜시스코 블랜치 글로벌 원자재ㆍ파생상품 부문 책임자는 “최악의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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