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SKT오픈 우승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SK텔레콤 오픈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9일 인천 스카이27 골프앤리조트 하늘코스(파71ㆍ7,040야드) 13번홀. 비가 흩뿌리던 궂은 날씨에서 이글을 기록한 국가대표 출신 함정우(25)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최종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하고도 마지막 날 5오버파 77타를 치며 공동 15위까지 밀린 아픔을 씻어내는 듯한 포효였다.
함정우는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도 지난해처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똑같이 국가대표를 거친 이수민(26)과 11언더파 202타로 시작한 둘은 전반 9홀동안 비슷한 스코어로 접전을 벌였지만 13번홀(파4)에서 128야드를 남겨두고 휘두른 두 번째 샷이 이글로 이어지며 승부의 추가 급격히 함정우 쪽으로 기울었다. 디봇(divotㆍ잔디 파임 현상)이 있는 자리였지만, 피칭 웨지로 공략해 친 공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13번홀까지 자신을 추격하던 이수민과 정지호(35)를 각각 3타와 4타차로 떨어뜨려 놓은 함정우는 16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고도 마지막 18번홀을 파로 막아내며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생애 첫 KPGA 우승이다. 공교롭게도 타이거 우즈(44ㆍ미국)의 최종 라운드 트레이드 마크인 빨강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고 경기에 나섰던 함정우는,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퍼팅을 성공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우즈 세리머니’를 펼쳤다. 특히 그가 입은 티셔츠에 새겨진 77은 지난해 이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친 타수와 같다.
대회를 마친 함정우는 “(검정색)바지는 남아있던 걸 입었고, 티셔츠는 대회 스폰서인 SK텔레콤의 상징색(붉은색)을 입었다”며 ‘우즈 따라 하기’를 재치 있게 부인했다. 그는 “13번홀 이글 당시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부들부들 떨리는 기분이었다“고 전하면서 “전반에 경기가 풀리지 않아 걱정됐는데 11번홀에서 버디 이후 13번홀 이글로 우승을 예감했다”고 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쌓은 상금의 두 배 이상을 한 번에 벌어들인 그는 “우승상금으로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며 “다음달 열릴 한국오픈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생일을 맞은 최경주(49)는 최종합계 2언더파 282타를 기록하며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그는 “4라운드를 치르면서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단 건 좋은 신호”라며 “지난 1년간 몸과 스윙을 재정비했던 작업이 이제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고 자평했다. 최경주는 미국으로 돌아가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캐나다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인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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