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위 아 더 나잇은 고등학생 때붙터 ‘출입금지’란 팀을 꾸려 함께 음악을 했다. 드러머인 김보람(오른쪽 첫 번째)은 2013년에 합류했다. 빅웨이브뮤직 제공

“이 일 때려치울까?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결혼을 하고 싶은데 원하지 않더라고.” 인디밴드 ‘위 아 더 나잇’의 보컬 함병선이 밤에 지인들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들이다. 그 안에서 그는 비틀거리는 ‘우리’를 찾았다.

어둠을 밀치고 누군가의 진심이 환하게 열리는 시간. 차곡차곡 쌓인 밤 그리고 그 시간에 자란 이야기들은 밴드가 최근 낸 앨범 ‘아, 이 어지러움’의 재료가 됐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메시지를 들여다봤죠. 진정한 행복, 그리고 인간 관계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답을 찾지 못해 어지럽더라고요. 그 혼란을 앨범에 담았어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함병선의 말이다.

위 아 더 나잇은 수록곡 ‘멀미’에서 타인을 알아가는 일을 “멀미”에 비유하고, ‘벙커’에선 “당신이 제일 안전한 것 같다”고 연가를 부른다. 이들에게 성장은 멀미처럼 어지럽고, 사랑에서 중요한 건 뜨거움보다 서로에게 ‘무해함’을 확인하는 일이다. ‘아, 이 어지러움’은 ‘쪼그라든’ 청춘이 쓴 일기 같다.

위 아 더 나잇의 ‘밤’은 꾸준히 변했다. 2013년 낸 1집에서 경쾌한 록 음악을 선보였던 위 아 더 나잇은 이번 신작에서 음악적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전자 악기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 듣는 사람을 ‘감성의 밤’으로 이끈다. 함병선의 나직한 목소리는 전자 음악을 쓸쓸히 떠돈다.

위 아 더 나잇의 전신은 펑크록 밴드 로켓 다이어리(2005)다. 함병선을 비롯해 정원중(기타), 함필립(신디사이저), 황성수(베이스)는 하던 음악 스타일을 접고 2013년 팀 문패를 위 아 더 나잇으로 바꿨다. 주축 멤버 변화 없이 밴드가 음악 장르를 확 바꿔 활동하는 건 이례적이다. 정원중은 “새로운 음악을 위해 한 일”이라며 “보컬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악기의 힘을 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로 지내며 10년 넘게 음악으로 서로 신뢰를 쌓아 가능한 일이었다.

탄탄한 연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 위 아 더 나잇은 잔나비와 함께 인디 음악신에서 주목 받는 밴드다. 두 팀은 2년 전 KBS2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산울림의 ‘회상’으로 합동 무대를 선보인 인연도 있다. 함병선은 “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그 연습실에서 잔나비와 합주 연습을 했다”며 “(잔나비 보컬) 최정훈이 2G 핸드폰을 써 ‘독특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위 아 더 나잇은 내달 15일, 16일 서울 홍익대 인근 벨로주에서 공연한 뒤 29일과 30일 서교동 더 스텀프에서 무대를 잇는다. 올 여름에 발표할 신곡도 준비 중이다. 함필립은 “우리의 음악이 누군가는 거쳐 갔을 얘기를 담아 ‘그 음악에 내가 있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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