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1인 가구 증가와 심야 노동 등의 확대로 성장을 거듭해 온 일본 편의점 업계가 일손 부족과 일하기 방식 개혁,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에 맞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24시간 영업, 정가 판매, 가맹점 수 확대 방침 등을 고집해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재팬은 올 가을부터 전국 2만여 개 매장에서 도시락, 주먹밥 등 500개의 품목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을 4~5시간을 앞두고 구입한 고객에게 전자화폐인 ‘나나코’ 포인트를 5% 환원해 주기로 했다. 매장에서는 정가를 받지만 고객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 포인트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음식 쓰레기 감소를 위해 정가 판매 방침에서 사실상 식품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이다.
로손도 ‘어나더 초이스(another choice)’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식품을 오후 4시 이후 구입할 경우 구매금액의 5%를 전자화폐인 ‘폰타’ 또는 ‘d포인트’로 환원해 주는 실증실험에 돌입한다. 내달부터 8월까지 에히메(愛媛)현과 오키나와(沖縄)현에서 실시하는 실험에 대한 고객 반응을 보고 전국 1만5,0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로손은 이를 통해 연간 4만4,000톤의 식품 로스(loss)를 2030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할인대상 상품 매출의 5%는 어린이 지원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를 뜻하는 ‘식품 로스’가 2016년 기준 640만톤에 달한다. 이 중 60%가 편의점이나 슈퍼ㆍ식품업체 등에서, 40%는 가정에서 각각 배출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의한 연간 식량 원조의 두 배에 달하는 양으로, 환경 보전을 위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공통 과제로 꼽히고 있다.
식품 가격 할인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동시에 가맹점의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일본 편의점들은 유통기한 내 팔지 못한 식품들을 폐기 처분하고 있는데, 폐기 비용의 85%를 가맹점에서 부담하고 있는 구조다. 때문에 식품 폐기 비용은 인건비와 함께 가맹점 주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이번에 도입되는 식품 가격 인하 분도 가맹점이 아니라 본사가 부담한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은 편의점을 상징하는 ‘24시간 영업’ 방침마저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의 한 세븐일레븐 가맹점에서 인력 고용의 어려움으로 새벽 1~6시엔 문을 닫는 단축영업을 실시하면서 24시간 영업을 고집하는 본사와 갈등을 벌인 것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에 세븐일레븐재팬과 로손 등 대형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 출점 확대를 자제하고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한 단축영업 실증실험 등 기존 방침의 수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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