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군 여러 명을 사면해 주기 위한 서류 작업을 지시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사면 명단에는 이라크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네이비실 특수작전부장까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부 관리 두 명을 인용한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현충일격인 메모리얼 데이(올해는 27일)에 즈음해 일부 미군 장병의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이 이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즉각 준비하라고 법무부 사면 업무 담당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관리는 “통상 사면 관련 서류 작업을 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지만, 법무부는 이번에 메모리얼 데이 주말이 찾아오기 전까지 끝마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특히 미 해군 엘리트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의 특수작전부장인 에드워드 갤러거가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라크에 주둔할 당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사살하고, 포로를 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몇 주 후 재판을 받게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갤러거는 지난 2017년 이라크 복무 중 15세로 추정되는 비무장 이슬람국가(IS) 대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왔다. 그는 살해 후 시신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해 6월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서 물동이를 나르던 노인을 쏘고, 다음달에는 같은 지역에서 강둑을 따라 걷던 소녀를 사살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당시 비무장 탈레반 억류자를 살해한 매튜 골스테인 육군 소령 역시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전했다. 2016년 10월 골스테인 소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공개한 뒤, 탈레반 요원이 석방되면 자신을 고발한 부족 지도자와 가족을 살해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와 백악관은 NYT 보도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미 법조계 인사들은 NYT에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몇몇 이들을 포함해, 한꺼번에 여러 명의 전범 혐의 피고인과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을 사면하는 건 최근 행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사면이 군법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군내 질서와 규율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법무부 소속 사면 담당관을 지낸 마거릿 러브는 NYT에 “대통령들은 사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법) 절차가 온당치 못했거나, 처벌이 너무 심했을 경우 그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전범 혐의로 기소된 많은 이들을 사면할 계획이라면, 그는 사면권을 통해 훨씬 더 어두운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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