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일주일 앞두고...“강경 이민정책 원하는 정당에 타격”
오스트리아의 우파-극우 연립정부가 유럽의회 선거를 불과 한 주 앞두고 무너졌다. 극우 성향의 자유당을 이끄는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의 ‘부패 암시 동영상’이 전날 공개되면서 18일(현지시간) 출범 1년여 만에 연정이 붕괴, 오스트리아 정국은 갑작스런 ‘조기총선’을 맞이하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제1당인 우파 국민당을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극우 자유당과의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이제 (자유당과의 연정은) 충분하다"며 가능한 조속히 총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날짜를 잡아 줄 것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쿠르츠 총리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슈트라헤 부총리가 같은 날 오전 전격 사퇴를 밝힌 뒤 이뤄진 것이다. 또한 쿠르츠 총리는 최근 들어 인종차별 발언과 극단적인 극우 단체와의 연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극우 자유당과의 동거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패를 암시하는 동영상이 독일 매체 2곳을 통해 공개되면서 오스트리아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부총리가 되기 불과 몇 달 전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슈트라헤 부총리는 러시아 신흥재벌의 조카라고 밝힌 여성에게 정치적ㆍ재정적 후원을 받는 대신, 정부 사업권을 부풀린 가격에 줄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동영상에 찍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멍청하고, 무책임한 실수였다"고 자책하면서도, 이번 일은 자신을 겨냥한 '정치적인 암살'이며 자신은 아무런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해당 영상에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듯한 모습이 담긴 것과 관련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성에게) 환심을 사려는 10대 소년처럼 행동했다"며 자신의 아내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야당은 즉각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당은 동영상이 불법으로 촬영됐다며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으나, 슈트라헤 부총리는 전방위적인 비판에 결국 동영상 공개 하루 만에 사퇴 회견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번 사태는 오는 23~26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을 노리며 유럽연합(EU)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던 유럽 내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는 “슈트라헤 부총리의 사임은 유럽의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바라는 포퓰리즘 국수주의 정치 세력에게도 타격”이라고 내다봤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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