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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는 못할 망정”… 5ㆍ18 상징 금남로서 ‘부산갈매기’ 부른 보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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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는 못할 망정”… 5ㆍ18 상징 금남로서 ‘부산갈매기’ 부른 보수단체

입력
2019.05.18 17:17
수정
2019.05.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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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18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공개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18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공개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5ㆍ18유공자 명단 까!”

18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5ㆍ18민주화운동의 상징 장소인 금남로를 끼고 있는 이곳에선 1980년 5월 이후 가장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보수단체 회원 900여명이 경찰의 호위 속에 5ㆍ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5ㆍ18 폄훼 시위가 5ㆍ18 기념일에,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건 처음이다. 앞서 이들은 금남로4가 지하철역에 위치한 금남공원 앞 인도와 1개 차로를 점령한 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5ㆍ18유공자 가운데 가짜 유공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도마에 올렸다. 집회 도중 발언자로 올라온 일부 인사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일부 인사는 마이크를 잡고 대중가요 ‘부산갈매기’ 한 대목을 불러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마이크가 장착된 방송차에 오른 한 사람은 5ㆍ18폄훼 발언에 항의하던 시민에게 욕설을 하며 자극했다. 5ㆍ18을 조롱하며 시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노리는 듯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은 이들에게 냉소를 쏟아내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해 충돌을 피했다. 주모(51)씨는 “5월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는 날에 부산갈매기 노래를 부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마치 지역감정을 유발하려는 듯한 저들의 망동에 광주시민들이 흥분하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며 ‘손님’들을 맞이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보수단체 회원들의 5ㆍ18 폄훼 집회가 열린 금남공원 한쪽에 한 시민이 내걸어 놓은 플래카드엔 ‘추모하러 와야지? 싸우러 오면 되겠습니까?’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보수단체 회원들이 18일 오후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광주 동구 금남공원 한쪽에 이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보수단체 회원들이 18일 오후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광주 동구 금남공원 한쪽에 이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같은 시각 금남로에선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5ㆍ18진상규명과 자유한국당 망언 의원 퇴출을 촉구하는 5ㆍ18범국민대회가 열린 것이다. 거리를 가득 메운 2,000여명의 시민들은 “자유한국당 해체”를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보수단체들의 5ㆍ18 폄훼 집회 소식에 “분란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광주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 같다”며 “화는 나지만 저들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2019년 5월의 광주는 확연히 다른 두 집회의 모습으로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우울한 5ㆍ18의 현실이었다.

글ㆍ사진=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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