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념사 박수로 긍정ㆍ부정 표시한 황교안
3년 전과 달리 손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기념식장에선 文 “잘 오셨습니다” 황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
제39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문구마다 다른 반응을 보여 관심이 쏠렸다. 여야 대표들과 정치인들, 광주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낼 때, 황 대표도 대부분 박수를 쳤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또 3년 전과 달리 ‘임을 위한 행진곡’을 우렁차게 따라 부르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18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기념식에 보수정당 대표로는 4년 만에 참석했다. 지난 2015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황 대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손 대표 옆에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앉았다.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 차례로 인사하는 과정에서 황 대표와 악수하며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했고, 황 대표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시작되자 다른 여야 대표들은 연설에 화답하며 광주시민들과 아픔을 나눴지만, 황 대표는 기념식 내내 굳은 표정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 대표는 ‘5ㆍ18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부분에선 박수를 치지 않았지만, ‘대구’가 나오는 부분에선 앞장서 박수를 치며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5ㆍ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할 땐 박수를 치지 않았다. 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습니다. 민주화의 열망을 함께 품고 살아왔다면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는 부분에서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다른 정치인들은 박수로 화답했지만 황 대표만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의 진상규명 동참을 촉구할 때도 침묵을 지켰다.
다만 문 대통령이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웠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땐 참석자들의 격려 박수에 맞춰 함께 박수를 쳤다. “우리는 오월이 지켜낸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문 대통령이 말할 때는 다른 대표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황 대표가 여야 대표 중 가장 먼저 박수를 친 부분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오늘부터 228번 시내버스가 오월의 주요 사적지를 운행합니다. 228번은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번호입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박수로 화답했다.
황 대표는 주먹을 쥐고 손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3년 전 국무총리 시절 5ㆍ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황 대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기념식에 참석했다.
광주=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