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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뜨거운 것 같고, 뭔가 이상하게 흥분된 느낌이라 기분도 좋지 않아 그 느낌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럴 때 남편과 잠자리를 갖는다고 만족스럽지도 않아요. 얼마 안되어 다시 야릇하고 이상한 느낌이 생겨요... 다른 일에 집중하려고 엄청 애를 쓰지 않으면 하루 종일 이런 느낌이 왔다 갔다 해서 진짜 힘들어요. 정말 죽고 싶을 정도에요. 밤에 잘 때만 좀 살 것 같고... 몸이 고장난건가요, 정신적인 문제인가요?”

30대 후반인 결혼 7년 차 아이도 하나 있는 직장맘 L씨의 하소연이다. 출산 후 어느 날부터 요도 주변과 음핵, 음순 등에 뜨겁고 부푼 것 같고,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반복해 생겨 필자를 찾았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인 필자도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이처럼 생식기에 불쾌한 흥분감이 반복·지속되는 병을 ‘생식기지속흥분증(persistant genital arousal disorder, PGAD)’이라고 한다. 얼마나 환자를 괴롭히는 지 잘 모르면 속도 없이 ‘뭐야? 흥분이 자주 되면 좋은 거 아냐?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잖아’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PGAD라는 요상한 병은 생식기가 흥분되지만 상황에 맞는 성적 자극을 받았을 때만 흥분되는 게 아니어서 본인으로서는 굉장히 괴롭다. 일하다 말고 이런 느낌이 들어 참을 수 없으면 화장실로 달려가 자위로 이를 풀어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성적쾌감을 느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파트너와 성관계나 자위로 이를 풀 수 있지만 곧 이상한 감각이 다시 생긴다. 매번 이처럼 해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육체·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삶의 질은 그야말로 바닥이다. 근무 도중 이런 감각이 생겼을 때 화장실에 쉽게 갈 수 없는 환경이라면 직장생활도 하기 어렵다. 이런 환자에게 성적 흥분은 그야말로 악몽이다.

이런 황당한 질환은 왜 생길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외부 생식기의 혈액순환과 신경전달시스템의 문제일 것으로만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PGAD 의심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PGAD라고 진단할 수 없다. 자세한 증상과 정신과 치료나 수술 등 병력과 약물 복용, 비뇨생식기 기능이나 정밀 신체 진찰, 유사한 다른 원인 질환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이 질환인지를 진단할 수 있다.

드물지만 요추 디스크 때문에 이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자그마한 낭종이 척수에 생겨 신경을 압박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다면 먼저 이를 치료한 뒤 호전 여부를 살펴보는 게 순서다.

환자의 심리적 특성이나 정신적 문제로 PGAD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성 반응은 심리와 신체반사 과정이 매우 복잡하게 작용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성 반응 시스템은 대뇌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감신경도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심리상태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도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찰할 수는 없고, 짧은 진료시간으로 ‘무릎팍 도사’처럼 모두 알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평상 시 증상을 종합적으로 묻는 설문지나 우울·불안·스트레스 민감도를 알아보는 심리검사를 한다.

외국의 경우 성 기능 문제로 병원을 찾으면 기본적으로 심리전문가와 상담하고 심리검사를 한다. 이를 통해 성 기능 이상이 신경·혈관 등의 문제 때문인지, 마음의 문제인지, 혹은 몸과 마음 둘 다 인지 알아낸다.

특히 여성 성 기능 장애는 원인이 복잡해 비뇨의학과 의사의 치료에다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라 다학제 치료가 권장된다. PGAD처럼 원인이 모호하고 증상이 환자를 매우 괴롭힐 때 더욱 필요하다.

배뇨장애, 비뇨생식기계 통증, 성 기능 장애 등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때문에 필자는 일반 진료뿐만 아니라 특화된 심리 검사와 상담을 진행해 진단·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L씨의 경우 PGAD를 진단받고 이상 신경 반사를 차단하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했다. 심리 검사와 상담에서 어릴 때 정신적 트라우마가 현 증상에 영향을 줬다는 걸 알아내 함께 치료하면서 일상생활에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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