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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회의 마친 구글-페이스북, 나란히 “올해는 신기술보다 프라이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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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회의 마친 구글-페이스북, 나란히 “올해는 신기술보다 프라이버시”

입력
2019.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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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이달 7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진행된 연례 개발자회의 ‘I/0’에서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 제공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이달 7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진행된 연례 개발자회의 ‘I/0’에서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 제공

매해 5월을 전후로 전세계 개발자들의 눈길은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이 포진해있는 미국으로 향한다. 각 기업이 앞다퉈 개발자 회의를 개최하면서 가장 앞서나가는 IT 기술의 방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각 기업이 내놓는 신제품 구경도 쏠쏠한 재미다. 올해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MS, 구글까지 개발자 회의를 열었다. 애플은 내달 3일부터 5일간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화두는 프라이버시와 윤리였다.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올해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술 발표보다는 기업의 윤리적 역할을 강조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데이터가 도용된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에 이어 5,0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IT 기업에게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의 역할이 엄격하게 강조되고 있는 맥락을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7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된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 현장 모습. 구글 제공
이달 7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된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 현장 모습. 구글 제공

◇구글 “프라이버시는 사치품이어선 안 된다(Privacy should not be a luxury good)”

이달 7일부터 3일간 진행된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에서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글’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한 기능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아예 I/O가 시작되는 날 미국 뉴욕타임스에 ‘프라이버시는 사치품이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듀플렉스(Duplex)’를 전면에 공개하며 인공지능(AI) 업계 및 학계에 충격을 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구글은 최근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ㆍ검색 기록을 삭제하거나 저장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선보였고, 다음달 중 공개될 새로운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Q’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선언했다. AI 기술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도 윤리성을 내세웠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글을 읽지 못하던 인도 여성이 구글렌즈의 TTS(문자 음성 변환) 기능을 활용하는 장면을 들었다. 청각 및 구음 장애인들을 위한 ‘라이브 릴레이(문자-음성 실시간 변환 통해 청각장애인이 상대와 통화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 ‘유포니아(말이 어눌한 구음장애인의 발음을 문자로 받아써주는 기능)’ 기술도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피차이 CEO는 기고문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하버드 교수든,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 학생이든 상관 없이 전세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면서 “모든 기업은 자사 데이터 처리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을 짐으로써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은 제3자에게 어떠한 개인정보도 판매하지 않으며, 본인의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용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미래는 프라이빗한 것’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회의 F8에서 ‘미래는 프라이빗한 것’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 “미래는 사적인 것이다(The future is private)”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 회의 F8에서 지난해에 이어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올해 F8 기조연설에서 “미래는 사적인(private) 것이고, 이것이 우리 서비스의 다음 단원”이라며 “페이스북을 프라이버시가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본인에게 중요한 사람과 그룹 안에서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프라이버시’라는 새로운 방향을 강조하면서, 기존에는 어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 공개적이고 느슨한 연결을 중요시했던 페이스북이 앞으로는 그룹 기반의 개인화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특정 사람들끼리 함께 게시물을 공유하는 ‘그룹’ 기능이다. 페이스북 상에는 학교와 직장, 동호회 등 전통적인 그룹 외에도 공통의 관심사나 지역 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약 수천만 개의 그룹이 활성화된 상태다. 페이스북은 향후 그룹을 쉽게 탐색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하고, 그룹 추천 기능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메신저 기능도 그룹 위주로 재편된다.

페이스북이 연구하고 있는 AI도 윤리성에 초점을 맞췄다. 페이스북은 자연어 처리나 비전AI 연구를 통해 커뮤니티 정책을 위반한 유해 콘텐츠를 잡아내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AI는 페이스북이 더욱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며 “의도치 않은 편견까지 잡아내기 위해 새로운 AI 기술을 개발해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짚었으며, 두 기술에 모두 안전을 위한 행동 지침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보는 프라이버시의 핵심은 ‘친밀함’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5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전세계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광장’의 역할을 했지만, 세계가 확장되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함이 필요해졌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디지털 거실’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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