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대통령과 회담 전 밝혀… 이틀 연속 전쟁론 진화 나서
CNN “트럼프, 참모들에 불만” NYT “볼턴도 좌절감 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이란 전쟁론’ 진화에 나섰으나 이란 대응 기조를 두고 매파 참모들과의 불협화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옵션을 불사하는 초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윌리 마우러 스위스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에 앞서 '이란과 전쟁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립국인 스위스는 외교 관계가 단절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연락사무소' 역할을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스위스가 미국을 대신해 국제적 중재와 외교 관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이란이 자신에게 전화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 정부 쪽에 전달해 달라’며 백악관 직통번호를 스위스 정부 측에 제공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전 상황실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이란과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던 중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복수의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란 압박 전략 강화가 전쟁으로 악화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최대 12만 병력의 중동 파견을 골자로 군사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는 NYT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부인한 바 있다.
대이란 강경론을 주도하는 볼턴 보좌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 참모들이 이란과의 전쟁이 가까이 온 듯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 짜증을 내고 있으며, 특히 외곽 참모 그룹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관련 대화에 정통한 인사들이 CNN에 전했다. 그는 참모들에게 이란에 대한 대규모 개입이 해외 현안에 대한 개입을 줄이겠다는 지난 대선 공약 파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한다. 2016년 대선 당시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개입이 정치적 타격을 준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볼턴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밀어붙이지 않는데 대해 사적인 자리에서 좌절감을 표출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베네수엘라 문제 대처 과정에서도 불거진 바 있어 누적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주도의 야권 봉기 시도가 실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가 쉽게 이뤄질 것처럼 오판하게 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은 볼턴 보좌관이 직위 유지에 곤란을 겪을 수 있고, 그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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