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사고 피해자ㆍ가족ㆍ유족,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최로 '환자 안전과 인권을 위해 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폐기시킨 국회의원 규탄 및 재발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인과 환자가 동의하면 병원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 하루 만에 철회됐다. 이를 두고 ‘입법 테러’라고 반발하는 환자단체와 ‘영구 철회’를 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의 장외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17일 의료사고 피해자ㆍ가족ㆍ유족 및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5월 15일 입법 테러가 발생했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국회의원들을 비판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의료인과 환자가 동의할 경우 수술실에서 CCTV로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동료의원 9명의 동의를 얻어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5일 법안 공동 발의자 중 5명의 의원이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발의 정족수(10명)을 채우지 못해 접수가 취소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이탈 의원실에 이유를 물으니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지 않는다, 의원과 상의 없이 보좌진이 서명했다, 내용을 더 검토해야 한다 등 이유도 다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 명단에서 먼저 빠지려고 경쟁하듯이 앞다퉈 철회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의사단체에서는 해당 법안의 철회를 환영하고 나섰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안전한 수술실은 의사들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감시로 보장될 수 없다”면서 “해당 법안의 영구 철회를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는 산하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가 의료인의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오히려 의사의 수술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면서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의사협회 회원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CCTV 운영에 반대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60%가 수술 시 집중도 저하를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CCTV 녹화를 생각하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각 의원실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ㆍ운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워낙 팽팽한 만큼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법안 발의를 철회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의 법안이 CCTV 설치를 위해서는 ‘의료인과 환자의 동의’라는 단서를 달고 있어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면서 “그런데 더 검토해보니 아직 사회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인 만큼 법제화는 성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실에서는 “의사단체 등에서 전화로 의원실에 항의하는 등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안규백 의원실은 논의를 거쳐 다음주 중 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이 해외 출장 중이라 돌아오는 대로 결정할 것”이라면서 “법안을 재발의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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