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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면 레임덕 온다"… 여당, 내년 총선준비 조기 점화

입력
2019.05.18 10:00
수정
2019.05.18 10: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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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올해 하반기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맞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연이틀 청와대 참모와 국무위원들을 독려하며 “지금까지는 큰 틀을 바꾸고 새 정책을 내놓는데 중점을 뒀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올해 3년차에는 반드시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에선 국회가 지난달 5일 본회의를 끝으로 40일 넘도록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극한 대치가 이어졌고 이후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문 정부 출범 2년을 맞은 여의도 움직임을 놓고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문 정부 2년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어떤가요. 강력하게 밀어붙인 적폐청산이나 소득주도성장 논란, 화려하게 진행됐다가 요즘 잠잠한 남북관계나 북미정상회담이 떠오르는데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10개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며 경제실정 징비록까지 내놨죠. 반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장 큰 변화는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며 “국정운영이 투명화되고 공개되는 틀 속에서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죠. 하지는 이는 공식적인 평가일 뿐 속내는 복잡합니다. 선방했다는 긍정론과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와요. 특히 경제정책은 일부 실기 혹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죠. 방향은 맞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미숙함과 안일함이 있었다는 겁니다. 경제는 더 안좋아질 잠복요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죠.

가끔혼술(혼술)=청와대나 여당에선 문 대통령이 세가지로 기억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를 가져온 대통령, 노인과 아이의 삶을 바꾼 대통령,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통령입니다. 실제 한반도 비핵화의 경우 다소의 부침은 있지만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횡행하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상황입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여전히 북한을 신뢰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북미 협상 테이블도 여전히 유지되는 분위기고요. 반면 복지 확대나 소득주도성장 등의 민생과 관련된 문제,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한 4차 산업혁명 대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죠. 청와대나 여권 내에서도 “방향은 옳다고 확신하지만 정책집행 속도나 디테일에 아쉬움이 있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정치권 움직임 일지. 박구원 기자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정치권 움직임 일지. 박구원 기자

불나방=선거제 개편안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등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라갔는데 최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기류가 바뀐 것 같아요. 개헌논의를 포함해 한국당이 합류할 가능성이 생긴 건가요.

탐구생활=평화당이 선공을 날렸고, 바른미래당, 정의당이 거들면서 개헌이 패스트트랙 논의의 변수로 급부상한 건 사실이죠. 다만 소수정당의 분위기와 달리 민주당과 한국당의 표정은 시큰둥합니다.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선 개헌논의를 총선 앞두고 시작하는 건 불가하다는 기류가 팽배해요. 지난해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선거가 무산된 이후로 내부적으로 총선 이후 논의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미 의견이 모아졌죠. 한국당도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개헌 동시논의를 주장했지만 그때의 상황일 뿐 이제와서 개헌을 고리로 정상화에 동의하는 건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죠.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원내지도부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들에 대해 회의적이더라도, 개별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찬성표를 던지면 통과할 가능성이 크죠. 한국당 입장에선 이대로 놔두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니, 그렇게 놔두지는 못할 겁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5당 모두 테이블에 앉도록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나방=5·18행사가 열리기 직전까지 여야가 망언 논란 의원 징계처리를 놓고 공방이 치열했죠. 황교안 대표가 명확히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광주행 정면돌파를 택했는데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앞선 김병준 비대위에서 제명 결정이 난 이종명 의원(“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했던)을 의원총회를 열어 매듭짓지 못해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강성 보수층, 즉 집토끼 눈치를 안볼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커 보입니다.고질병인 계파갈등을 잠재워 콘크리트 지지를 회복하던 국면에서 당내분란을 초래할 결정을 할 이유도 없죠. 원외인 황 대표가 한국당 의원들의 징계 반대기류를 뚫고 강행할 만큼 당내기반이 단단하지 않기도 합니다.설령 징계를 매듭짓고자 의총을 열더라도 3분의2 이상 동의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 부결시 감당하기 힘든 비난도 의식하게 되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 박관현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임 전 실장 뒤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가운데). 광주=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 박관현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임 전 실장 뒤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가운데). 광주=연합뉴스

불나방=여권은 임종석, 양정철 등 친문 핵심인사들의 여당 복귀를 계기로 총선준비 체제가 조기 점화되는 것 같죠. 1년이나 남았는데 일찍부터 총선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뭔가요.

혼술=내년 총선에 문재인 정권의 명운이 달렸기 때문이죠. 정권 3년차를 맞았지만 사실상 이뤄낸 개혁은 선거제개편안과 사법제도개혁안 패스트트랙 처리뿐이고, 그마저도 본회의 통과 여부는 안개 속이죠. 내년 범여권이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면 빈손 정권으로 끝날 위기감이 상당한 것이죠. 또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문 정부는 사실상 조기 레임덕을 맞게 됩니다. 반면 야당은 총선을 보수재건의 기회로 보고 있죠. 특히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선승리를 대권 도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해 벌써부터 여야 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불나방=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패스트트랙의 후폭풍으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요.

E구역=정치고수인 손 대표가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겁니다. 당헌ㆍ당규상 탄핵 규정도 없는 터라 제도적으로 내쳐질 우려도 없죠. 다만 원외인 손 대표가 ‘패권주의’ ‘수구보수’ 운운하며 거칠게 응수한 게 의원들을 자극하고 있어 반발감도 커지는 형국입니다. 의원들 다수가 등을 돌리면 사실상 고립돼 돌파구를 찾기에 점점 어려워지죠. 자존심을 지켜주며 출구전략을 마련해 아름답게 퇴진하도록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찍고=양측 모두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당분간은 강대강으로 간다고 봐야겠죠. 손 대표는 제3당의 성공, 다당제 정착을 정치인생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또 나이를 고려할 때 이대로 물러나면 사실상 정계은퇴라고 봐야합니다.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이유죠. 물론 현 체제에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의 일방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최고위원, 손학규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최고위원, 손학규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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