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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뉴 스페이스’가 뜬다

입력
2019.05.1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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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는 최근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우주개발의 새로운 성격을 뜻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들이 우주개발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미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발사체를 개발하여 상업 운용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기업인 쎄트렉아이가 인공위성을 수출하며 세계 소형 관측위성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우주 관광이나 우주 광산 개발, 우주 식민지 건설 등등의 전망을 품은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온다.

뉴 스페이스는 다른 사고의 전환도 요구한다. 우주산업은 더이상 거대 중공업이 아니다. 우주 개발에 뛰어들려면 처음에 로켓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우주에 어떻게 올라가느냐보다 우주에 올라가서 무엇을 하느냐이다.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이미 검증된 해외의 로켓 발사체를 임차해 쓰면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부에서 개발 중인 발사체도 빠르면 몇 년 안에 실용화 단계에 도달한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민간 기업이 고민할 부분은 우주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어떤 것들인지 탐구하는 것이다.

실마리가 될 장면 하나가 1997년에 발표된 SF영화 ‘콘택트’에 나온다. 한 노인이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 미르에 머물다가 지병으로 숨을 거둔다. 주인공의 후원자인 그는 공업 특허로 재벌이 된 엔지니어인데, 투병으로 거동이 불편하게 되자 무중력 상태인 우주 정거장에 올라가서 말년을 보낸 것이다. 이렇듯 근력이 쇠퇴하는 노년층을 생각하면 ‘우주 양로원’의 산업적 가능성은 밝은 편이다. 우주 관광과 우주 거주 산업은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소비자 부담은 계속 내려갈 것이므로, 어쩌면 금세기 안에 꽤 많은 사람들이 평생 계획의 마지막을 우주 이민으로 잡을지도 모른다.

우주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지구상의 공장과 제조 공정들은 기본적으로 중력을 고려한 설계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이나 하중을 견디는 크고 튼튼한 재료가 필수적이며 이에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도 막대하다. 그러나 우주의 미소중력에서는 동력 에너지가 크게 절감된다. 그리고 물질의 성질을 이용한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볼베어링을 만드는 경우 지구상에서는 쇠구슬을 완벽한 구형으로 연마하기 위해 많은 가공을 해야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쇳물을 방울로 떨어뜨리면 표면장력에 의해 저절로 동그란 모양을 이룬다. 정밀 가공까지의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 올라간 1957년의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20여년 이상 동안 과학문화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우주’였다. 그 기간에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도 있었고 우주왕복선도 등장했다. 그러나 80년대에 접어들어 컴퓨터가 새롭게 부상한 뒤로는 지금껏 정보통신기술(ICT)이 대중과학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세계적 수준을 갖추게 되긴 했으나, 이제는 다시금 우주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우주에 올라가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산업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블루 오션은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고급 인력이 많은 나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은 대중과학문화라는 든든한 바탕이 있어야 강력한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 70년대까지 ‘우주소년’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였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우주복을 입은 한국인의 모습은 낯설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등 각종 관련 문화 콘텐츠들이 많이 나와서 ‘뉴 스페이스 코리아’의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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