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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역사왜곡 처벌은 상식과 정의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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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역사왜곡 처벌은 상식과 정의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입력
2019.05.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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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변호사가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5ㆍ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 학술포럼에서 ‘5ㆍ18 역사왜곡과 법적 대응’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정호 변호사가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5ㆍ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 학술포럼에서 ‘5ㆍ18 역사왜곡과 법적 대응’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다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여, 5ㆍ18민주화운동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5ㆍ18은 여전히 왜곡과 폄훼, 질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을 받고 있다. 북한군 개입설 같은 어처구니 없는 왜곡이 진실인양 떠돌고 있다. 5ㆍ18 39주년을 하루 앞둔 17일에도 보수단체들은 5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전남대 후문으로 몰려가 5ㆍ18 폄훼 집회를 열었다. 광주시민들의 말처럼 “징글징글하고, 몸서리가 나는”, 저 ‘왜곡의 굿판’을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나치 범죄 부인 행위를 처벌하는 유럽 국가들처럼 5ㆍ18을 왜곡ㆍ비하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합니다.”

이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5ㆍ18 기념 학술포럼에서 ‘5ㆍ18 역사왜곡과 법적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를 마치고 나오던 김정호(46) 변호사는 이런 해법을 제시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소송을 이끌고 있는 그는 “5ㆍ18 역사왜곡은 허위사실에 기초해 호남과 5ㆍ18유공자로 대표되는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ㆍ18 역사왜곡 행위는 호남 사람들에 대한 뿌리 깊은 지역 차별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회원이 5ㆍ18 희생자를 홍어와 택배로 조롱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사회자정력에 의해 5ㆍ18 역사왜곡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기엔 현재 그 왜곡의 정도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5ㆍ18 역사왜곡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신설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5ㆍ18 역사왜곡 행위를 처벌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 들어서 5ㆍ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처벌 조항을 신설하자는 개정법률안(5ㆍ18 역사왜곡처벌법)이 6건, 19대 국회 때는 비슷한 개정법률안 등 2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법률안은 여야의 정치공방에 가로막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고, 19대 때 발의된 개정법률안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김 변호사는 “5ㆍ18 역사왜곡처벌법을 만들자고 하는 건 5ㆍ18을 더 특별히 취급해달라는,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니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종식시키고 국민통합을 이뤄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월 2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5ㆍ18 역사왜곡처벌법의 뼈대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는 “5ㆍ18역사왜곡에 대처하는 일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정의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왜곡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법적 규제도 하지 말자는 건 사회병리현상과 범죄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5ㆍ18 역사왜곡처벌법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팩트가 전제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평가나 판단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민주주의 사회의 논의 구조”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했다. “어제의 죄악을 오늘 벌하지 않은 것은 내일의 죄악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은 관용으로만 건설되지 않는다.” ‘5ㆍ18 망언’ 의원 징계를 매듭짓지 않고 18일 5ㆍ18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날리는 따끔한 충고였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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