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하잖아요. 오랜 시간, 연구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실험을 거듭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17일 제주 제주시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밀공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스마트커팅’ 기술에 대한 발표로 주목을 받은 캠틱종합기술원의 허은영(50·사진) 박사는 “스마트커팅 기술은 그 동안 반쪽짜리 공작기계로 지적 받아온 컴퓨터 수치 제어(CNC)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여는 ‘무인공장’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커팅은 금속정밀작업을 하는 CNC 공작기계 등에서 사람 대신 컴퓨터가 작업 진행상황을 제어하면서, 이상 징후 발견시 스스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수정작업을 해내는 혁신전인 기술이다. CNC기계는 국내에만 무려 2,500여만대가 보급돼 있지만 작업 관리자가 정보를 입력할 뿐만 아니라 작업과정에서 공구 마모, 파손 등 문제 발생할 때 일일이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쪽자리 컴퓨터공작기계’라는 불렸다.
허 박사는 “스마트커팅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CNC의 불량률이 감소하고, 공구수명은 길어진다. 컴퓨터가 스스로 최적의 정보를 찾아내고 문제를 제어하게 됨으로써 기계 자체의 자율 작동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커팅’ 기술은 캐나다, 미국 등 일부 해외에서 연구 중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한 것은 사실상 세계 최초라는 게 캠틱종합기술원의 설명이다. 캠틱종합기술원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중소벤처의 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을 돕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허 박사는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 산업공학·생산관리·생산공학자들의 모임(CIRP) 후원 컨퍼런스에서도 스마트커팅 관련 논문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국내 금속정밀업계에선 스마트커팅에 대해 ‘꿈의 기술’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항공기ㆍ자동차 부품제조업체들이 스마트커팅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가전과 금형업체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대의 스마트커팅 시스템 설치비용은 60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국내에서만 수십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허 박사는 “금속정밀가공 분야는 워낙 변수가 많고 작업이 까다로워 그동안 대학이나 기업들도 사실상 거의 손을 놓고 연구를 방치하다시피 해 온 레드오션이었다”며 “스마트커팅 기술이 한국을 4차 산업혁명의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