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부의 불평등 방관 못 해”… “인종 역차별 가능성” 우려도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를 관장하는 비영리기구 대학위원회가 응시자의 사회ㆍ경제적 배경을 고려하는 ‘역경점수(Adversity Score)를 응시자 평가 수단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험 점수로는 반영되지 않는 학생의 어려움, 곤경 등을 점수의 요소로 인정해 보다 더 공정한 관점에서 학생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데이비드 콜먼 대학위원회 대표는 “SAT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성취한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SAT에 반영된 부의 불평등을 무시하거나 그저 손 놓고 바라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대학위원회 측은 역경점수를 산정하기 위해 응시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의 범죄율과 빈곤 수준 등을 포함해 총 15개 인자를 고려 요소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AT 평균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 빈곤층 거주 지역에서 응시한 학생에게 일종의 가산점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배경에 따른 배려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역경점수에는 학생 개인의 인종, 가족 사항, 경제 수준 등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WP는 보도했다.
대학위원회는 50개 대학이 지난해 시범 테스트를 통해 역경점수를 적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당장 올 가을 입시 시즌부터 150개 대학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예일대도 다양한 배경을 지닌 입학생을 받기 위해 역경점수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대학 중 한 곳이라고 WSJ은 소개했다. 역경점수는 50점을 평균으로 해 1점에서 100점 사이 분포로 측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역경점수 도입이 대학입시 전형 과정에서 인종 역차별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이 대학위원회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SAT 점수 평균점은 1,086점이며, 인종별로 보면 아시아계 학생이 1,223점으로 가장 높고 백인이 1,123점, 히스패닉계가 990점, 흑인이 946점의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역경 점수가 도입되면 평균보다 높은 SAT 점수를 받은 아시아계 학생이 역경 점수가 높은 백인 학생보다 뒤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하버드대학 등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대학 측이 특정 인종에 입학 쿼터를 정해놓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비계량적 평점 등의 항목에서 아시아계 학생을 차별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진욱기자 홍윤지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