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의 판사 신상 털기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버닝썬 스캔들’의 핵심인 가수 승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이어 이번엔 극우 성향 유튜버를 석방한 재판부 판사가 온라인 공간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특정 재판 결과에 따라 판사들을 비난하고, 개인 가족사까지 제기하는 경향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는 16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됐던 유튜버 김모(49)씨가 5일 만에 석방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판사 이름을 거명했다. 그는 “법이 아니라 마법이다. 마법으로 협박범을 풀어준 정승연 판사님은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님의 며느리시다”라고 밝혔다. 정승연 판사는 김씨 구속적부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의 배석판사 중 한 명이다.
온라인 공간에선 김을동 전 의원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출신인 점을 들어 며느리인 정승연 판사가 김씨를 풀어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이어졌다. 유튜버 김씨는 한국당 추천으로 네이버 뉴스편집 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한국당 공식 회의에 보수 시민단체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던 이력이 있다.
트위터 이용자 dal***은 “정 판사의 시어머니가 김을동 전 의원. 김씨가 풀려난 이유를 알겠다”고 글을 올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렇게 고리가 연결되는 건가”, “누가 정 판사 자식인 삼둥이를 똑같이 유튜브로 협박해도 풀어줄 수 있었을까”, “다른 판사가 맡도록 했어야지 말도 안 된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 정 판사의 남편은 탤런트 송일국씨고, 송씨 등 가족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가족관계가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그러나 가족관계 때문에 재판 결과가 좌우됐다는 비판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또 형사항소부는 세 명의 판사가 함께 결정하는 합의부다. 법조계 관계자는 17일 “아무리 재판장이나 주심판사가 있더라도 세 명의 판사들이 함께 결정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한 판사 한 명이 사안을 결정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 1월부터 유튜버 활동을 하면서 윤석열 지검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주거지에 찾아가 집회·시위를 하며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수사에 응하지 않자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11일 새벽 김씨를 구속했다. 이에 김씨가 구속 결정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16일 구속적부심 심문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보증금 3,000만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김씨의 석방을 결정했다.
한편 14일 승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해임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던 신종열 부장판사는 16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비판 여론이 잠잠해졌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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