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매출액ㆍ영업이익ㆍ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줄었는데,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 ‘빅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기업 684개 매출액(연결 기준)은 48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28%)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7조원, 당기순이익은 20조원으로 각각 작년 1분기 대비 36.88%, 38.75%나 줄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 시장이 예상했던 수치(영업이익 -33% 전망)보다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실적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어닝쇼크였다. 두 기업의 실적을 제외하면 나머지 코스피 상장기업 매출액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었고 영업이익(-15.96%)과 당기순이익(-23.55%) 모두 감소폭이 크게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2조원과 6조2,333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영업이익은 60.2% 위축됐다. SK하이닉스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7,727억원과 1조3,665억원이라고 공시했는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은 것이고, 영업이익은 68.7%나 쪼그라든 수치다.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실적도 함께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부품업체 해성디에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93% 감소한 5억원을 기록했고,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IPS도 영업이익이 71% 줄어든 64억원이었다. 이런 탓에 매출이 크게 줄어든 업종도 의료정밀(-17.96%), 전기전자(-10.02%)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장사 실적을 반도체 양사 특히 삼성전자가 떠받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645곳의 매출액(연결회계 기준)은 1,894조원으로 전년보다 4.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7조원으로 0.32% 늘어났다. 여기서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하고 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4.57% 줄어들었고, 당기순이익 감소폭도 6.72%에서 13.51%로 확 높아진다.
반면 코스닥 상장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및 당기순이익(개별 기준)은 각각 31조원 1조7,929억원을 기록해 2%, 5.83%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조 7,051억원으로 3.8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증가는 IT, 오락ㆍ문화 업종이 이끌었다. 전체 코스닥 상장기업의 36% 가량을 차지하는 IT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03% 늘어나 크게 차이가 없지만 당기순이익은 19.62%나 늘어났다. 비(非) IT 업종 중에서는 오락ㆍ문화 업종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18%나 급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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