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45)가 마지막 완봉승을 따냈던 2006년. 한국 프로야구는 고졸 ‘슈퍼루키’의 등장에 흥분했다. 그는 데뷔하자마자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에 등극했다. 박찬호를 보려 새벽잠을 설쳤던 그 시절의 추억을 요즘 소환한 주인공이 바로 그때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던 ‘괴물 신인’ 류현진(32ㆍLA 다저스)이다.
지난 시즌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이라는 꿈을 이룬 류현진은 올 시즌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빅리그에서도 최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압도적인 삼진/볼넷 비율(18.80)은 전체 1위다.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홈런을 맞는 게 낫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는 그의 비현실적인 제구력은 현지에서도 연일 화제다. 4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컨트롤의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에 비유되기에 이르렀으며,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는 1800년대 기록까지 들춰내고 있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재활 중인 클레이튼 커쇼 대신 ‘임시 1선발’이었지만 지금 류현진에게 에이스라는 칭호는 어색함이 없다.
류현진은 운동선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넉넉한 체구로 ‘류뚱’이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파워와 유연성을 겸비한 보기 드문 투수다. 2013년 다저스에 입단해 2년 연속 14승을 거둔 그는 2015년 5월 왼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미국 의학계에선 이 수술을 받은 투수가 빅리그에 돌아갈 확률을 50%, 예전의 구위를 회복할 확률을 7% 정도로 분석한다. 류현진을 잘 아는 국내 야구인들조차 그의 재기에 비관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면서 오히려 기술적으로 진화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이 벌써 궁금해진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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