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마련 최소 7년 걸려
우리나라 10가구 중 6가구는 자기 소유의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년 4명 중 3명은 전ㆍ월세에 거주하는 등 주거양극화가 뚜렷했다.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선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을 모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16일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기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자가점유율은 전체 가구 중 57.7%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49.9%)이 광역시(63.0%)나 도 지역(70.3%)에 비해 낮았다. 꼭 자기 집에 살지 않아도 자기 소유 집을 갖고 있다는 의미인 자가보유율은 61.1%였다. 이는 모두 2017년과 같은 수준으로, 2006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청년층(만 20~34세)의 자가점유율은 18.9%에 불과했다. 75.9%는 전ㆍ월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가구의 임차 비중이 38.3%인 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청년 중 전세 거주자 비중은 32%, 월세 비중은 68%다.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은 15.5%로 전년(17.0%)보다 낮아진 반면, 청년층의 RIR는 20.1%로 전년(18.9%)보다 올랐다. RIR는 무주택자가 주거를 위해 쓰는 주택 임대료와 월 소득을 비교한 것으로, 전ㆍ월세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RIR이 높을수록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데, 청년층 RIR이 20.1%란 것은 월 100만원을 벌면 20만1,000원을 임대료로 낸다는 의미다.
다만 수도권의 경우 청년 임차가구 RIR가 2017년 22.2%에서 지난해 20.8%로 낮아졌고,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청년 가구의 비율(10.5→9.4%)과 지하ㆍ반지하ㆍ옥탑에 사는 청년 비율(3.1→2.4%)도 떨어졌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그간 추진했던 청년ㆍ신혼부부 주택 지원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전국 자가 가구의 연 소득대비 주택구입가격배수(PIR)는 5.5배로 2017년(5.6배)보다 다소 낮아졌다. 이는 평균 소득을 버는 가정이 1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5년 모아야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도권의 PIR는 6.9배로 전년(6.7배)보다 더 높아졌다.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주택 가격 급등의 영향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기간이 작년 6∼12월이기 때문에 9ㆍ13 대책 등에 따른 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가 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생애로 최초 주택을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1년으로 전년(6.8년)보다 늘었다. 국토부는 국민의 주거 환경과 가구 특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조사 표본을 2만가구에서 6만 가구로 확대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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