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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시장 커진다… ‘예금보다 어음’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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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시장 커진다… ‘예금보다 어음’ 시대 오나

입력
2019.05.17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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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증권도 사업자로 인가… 한투ㆍNH투자증권과 판매 경쟁 

 은행 예금금리 연 1%후반 불과… “2% 중후반 어음 나올 수도” 기대감 

[저작권 한국일보]증권사별 발행어음 금리. 김경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증권사별 발행어음 금리. 김경진 기자

KB증권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최종인가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자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을 포함해 3곳으로 늘어났다. 발행어음 판매자가 기존의 양자구도에서 다자구도로 재편되면서 제공 금리를 높여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판매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연 2%에 못 미치는 은행 예금금리보다 조금 높은 2.3%대 발행어음 금리가 경쟁 심화로 더 인상될 경우, 재테크 투자자들이 ‘예금보다 어음’을 찾는 움직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자구도 재편 발행어음 시장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전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직후 금융투자협회에 발행어음 상품 약관 심사를 신청했다. KB증권은 이르면 이달 안에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로 발행하는 단기 어음으로, 판매사는 조달 자금을 기업대출,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해 이자를 지급한다.

기존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새로운 경쟁자 진입에 긴장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KB증권이 초기 마케팅 차원에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별판매(특판) 상품의 금리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두 증권사도 특판 경쟁을 벌였다. NH투자증권이 올해 1월 연 5% 금리 적립형 발행어음과 2월 카카오페이 제휴 연리 3.5%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연달아 출시하자,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뱅키스 계좌 전용 연리 5% 특판 적립형 발행어음을 내놓았다.

특판 경쟁이 지난 뒤엔 일반 발행어음 금리를 어떻게 책정할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발행어음 금리는 가입자에겐 ‘수익률’이지만 증권사엔 ‘조달 비용’이라 무작정 올리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금리 조정엔 으레 눈치 싸움이 따른다.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를 2.3%에서 2.5%로 높이자 NH투자증권도 12월 금리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했다. 지난달엔 시중 금리 내림세에 따라 발행어음 금리도 인하됐는데 NH투자증권이 1년물(개인형) 금리를 2.5%에서 2.30%로 먼저 내리자 한국투자증권은 조금 덜 내린 2.35%로 정하기도 했다.

 

 ◇소비자에겐 ‘저리 예금’ 대안 될 수도 

더구나 신한금융투자도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충족시키고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발행어음 사업은 자본시장에서 자금 공급 창구 및 관리 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금융부문 강화를 위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까지 가세할 경우 발행어음 금리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저금리 환경에서 인상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자산운용 경쟁도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은 최근 발행어음 잔고를 급속히 불리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판매한 발행어음 규모는 각각 4,000억원과 6,000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으로 금리 경쟁이 본격화하기에 앞서 미리 싸게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두 회사의 발행어음 잔고는 한국 4조6,000억원, NH 2조4,000억원이다.

금융소비자들은 기대가 높다. 연 1%대 후반(3월 예금은행 평균 수신금리 1.95%)에 불과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제공할 상품이 증권사에서 대거 풀려 나올 가능성 때문이다. 업계에선 증권사간 경쟁이 격화되면 조만간 2%대 중후반 금리 상품도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고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며 “예금자 보호는 안되지만 대형 증권사들이 보증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경쟁이 붙을 경우 더욱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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